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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4월 15일] 음모론

입력
2014.04.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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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7월 16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 놀라움만큼이나 섭섭함도 컸다. 초등학생이던 나에게 낭만과 환상의 대상이었던 달이 아무도 살지 않는 황량한 위성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에 첫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은 멋있어 보였다. 그가 미국 휴스턴 항공우주국(NASA) 본부와 교신을 하면서 했던 말도 근사했다. "이 첫걸음은 한 인간에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 전체에는 커다란 첫 도약이다." 이 문장을 달달 외웠던 기억도 있다.

■ 몇 년 전 인터넷에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거짓"이라는 글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요지는 이랬다. 당시 기술로는 달에 갈 수가 없었고, 우주 경쟁에서 소련에 밀린 미국이 애리조나 사막에 세트를 지어 연출했다는 것이다. 근거로는 당시 사진이 제시됐다. 공기가 없는 달에서 미국 성조기가 펄럭이고,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으며, 착륙 때 로켓의 강력한 불에 구덩이가 생기지 않았고, 암스트롱과 암석의 그림자 방향이 다르다는 점 등이다.

■ 달 착륙 음모론은 그럴듯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공기 저항이 없기 때문에 한 번 흔들린 성조기가 오랫동안 펄럭일 수 있고, 별이 찍히려면 카메라 노출을 16초 이상 해야 하며, 달 표면이 로켓 불로 파이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며,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그림자 각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반박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됐다. 세트 촬영이었다면, 수많은 관계자들의 입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외에도 음모론은 많지만 대개 허구였다.

■ 음모론이 다 틀린 것은 아니다.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 명분을 준 1964년 통킹만 사건이 조작됐다는 사실은 71년 뉴욕타임스의 미 국방성 기밀문서 보도 이전엔 음모론에 불과했다. 미 정부가 전세계를 도청, 감시하고 있다는 음모론도 스노든의 폭로로 사실이 됐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의 배후설, 미 정부의 9ㆍ11 테러 사전인지설은 여전히 통한다. 음모론은 불신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어떨까. 간첩 증거조작 사건마저 터지고 있으니, 음모론의 토양이 비옥한 편이다.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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