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지역 일부 도시를 점거한 무장세력들에게 해산하지 않으면 무력 진압에 나설 것이라고 '최후통첩'에 나섰고, 도네츠크주 전역에 14일부터 대테러작전 체제가 발령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또 다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도네츠크주의 슬라뱐스크에서의 진압 과정에서 이미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이라 무력충돌이 커질 경우 러시아 군의 개입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르게이 타루타 도네츠크 주지사는 1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대테러 작전은 우리 지역의 평화와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공격적이고 광신적인 테러리스트들이 지역을 장악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은 우크라이나가 현재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진단했고, 유럽연합(EU)의 외무장관들은 14일 룩셈부르크에서 긴급 회동해 우크라이나 위기를 논의했다.
슬라뱐스크의 무력 진압에 따른 사상자가 발생하자 13일(현지시간) 유엔에선 러시아의 요청으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회의에서는 분리주의 시위대와 우크라이나 공권력 간에 빚어진 유혈사태의 배후를 놓고 서방과 러시아가 서로를 비난하며 팽팽히 대립했다.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우린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다"며 "이번 정정불안은 전적으로 인위적인 것으로 러시아가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abc 방송에서도 "무장 세력이 6,7개 도시에서 정확하게 같은 행동을 했다. 이는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명백한 징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신(新)나치 세력을 활용해 동부 지역의 불안정을 부추기고 있다며 "내전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오로지 서방 측에 달렸다"고 반박했다. 그는 "시위대들의 의견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마이단(기존 우크라이나 야권의 정권 교체 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자신의 국민들을 공격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시위대에 대해 무력 진압이 이뤄질 경우 17일로 예정된 러시아, 미국,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의 4자 협상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앞서 우크라이나의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분리주의 시위대는 14일 오전까지 무기를 버리고 점거한 건물에서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는 "분리주의 시위대 진압을 위해 군대를 동원한 대규모 테러대응작전을 벌이기로 결정했다"며 "무기를 반납하고 점거중인 건물에서 철수하는 시위 참가자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각 후 러시아에 도피중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은 13일 우크라이나가 내전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하며,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이 동부지역 시위대 무력진압에 개입됐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비판 속에 중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세르게이 라브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5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달 중 방중 준비를 논의할 계획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균형 잡히고 객관적인 입장을 지키고 있다"며 중국 지도부와의 면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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