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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 7억6000만원 불과한 회사에서 100억원 현금배당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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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 7억6000만원 불과한 회사에서 100억원 현금배당 챙겨

입력
2014.04.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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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그룹 총수 일가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거액의 배당잔치를 벌이는 행태가 올해도 반복됐다. 순이익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받는 경우부터 적자를 기록한 기업에서 대규모 배당금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규모기업집단) 소속 비상장사들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총수 일가는 많게는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경우는 총 376억여원을 배당 받아, 비상장 계열사에서 가장 많은 배당금을 챙겼다. 이 회장은 장남 이성훈 전무와 함께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사 계열사 광영토건에서 100억원을 현금배당 받았다. 광영토건은 지난해 순이익이 7억6,728만원에 불과했지만, 1주당 액면금액의 50%를 배당한 것. 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의 비율인 배당성향은 1,303.3%를 기록했다. 이 회장은 지분 95%를 보유한 대화도시가스에서도 당기순이익(82억여원)보다 많은 100억원 가량의 현금배당금을 받았다. 주당 배당율이 611%로, 1주당 액면가의 6배가 넘는 돈을 배당금으로 챙긴 것이다.

현대그룹 계열 비상장사 현대유엔아이는 지난해 91억5,096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달 보통주 한 주당 200원씩 총 20억2,667만원을 주주들에게 현금배당 했다. 현대유엔아이의 올해 배당금 규모는 2012년 결산에서 131억8,064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지난해 6억여원을 배당했던 것과 비교하면 세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이번 배당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지분율 59.21%)과 장녀 정지이 전무(지분율 7.89%)가 각각 12억원, 2억원을 받았다. 현대유엔아이는 순손실을 기록한 탓에 현금배당을 위해 적립돼 있던 이익잉여금에서 자금을 빼 썼고, 배당에 있어 우선권을 갖는 우선주에 대해서는 일절 배당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총수 일가가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기는커녕 자기 잇속만 챙겼다는 비난이 거세다.

조현준 효성 사장도 지분을 41% 가진 효성투자개발에서 44억원을 배당 받았다. 주당 배당률은 1,350%로, 효성투자개발의 총배당금 규모는 순이익이 훨씬 많았다. 정몽익 KCC 사장도, 지난해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금을 집행한 코리아오토글라스(정 사장 지분율 20%)에서 40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전문가들은 재벌 총수 일가가 상장사 주주 몫으로 돌아가야 할 이익을 편취하거나 자녀들에게 편법 증여하는 통로로 비상장사 거액 배당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재벌들은 비상장사의 기업 정보가 잘 공개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자녀 등이 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뒤 배당을 한다"며 "부의 대물림을 위해 회사를 악용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서둘러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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