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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고시 또 10만명 몰려… 고민 깊은 고비용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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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고시 또 10만명 몰려… 고민 깊은 고비용 해법

입력
2014.04.1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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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원식 문제는 줄였지만암기형 지양 독해력 늘렸지만맞춤형 문제집·학원 수강료 올라더 큰 사회적 비용 악순환 뻔해● 곤혹스러운 삼성서류전형 부활 불가피하지만대학 서열화 논란 재연 불보듯외국기업처럼 수시채용 도입은오랜 역사 공채 폐지 부담 커

13일 오전 8시쯤. 서울 지하철 왕십리역 주변은 평소 한적한 휴일 아침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삼성그룹 신입사원 선발시험인 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르기 위해 인근 고사장으로 향하는 젊은이들로 평일 출근길만큼이나 북적거렸다. 이날 서울 73곳, 지방 12곳 등 전국 85개 고사장에는 인턴 2만 명을 포함, 10만 여명(삼성그룹 추산)의 응시자가 몰렸다.

시험 열기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는 오전 8시30분부터 140분 동안 시험이 진행됐고, 미국 뉴저지, 로스앤젤레스(LA),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해외 거주자를 위해 별도 문제로 시험이 치러졌다.

매년 상ㆍ하반기, 1년에 두 번 치르는 SSAT시험이었지만 이날은 응시율이 특히 높았다. 고사장마다 거의 빈자리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보통 다른 대기업과 필기시험 날짜가 겹치기도 했지만 올해는 겹치는 회사가 없어 응시자가 특히 많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원자들은 누구에게나 응시 자격이 주어지는 대규모 SSAT는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시 없이 대부분 시험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응시자는 "취업포털이나 관련 사이트에선 삼성이 서류전형 부활 등 입사 제도를 다시 바꿀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상당수 응시자들이 배수의 진을 치고 시험을 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실 삼성은 '삼성고시'란 별명이 붙은 현행 고(高)비용 입사제도 개선을 위해, 올해 1월 서류전형 부활을 시도했다. 1단계인 서류전형을 부활시켜 2단계 격인 SSAT 응시 인원을 줄이겠다는 뜻이었는데, 각 대학에 서류전형면제자 추천 인원을 할당했다가 '대학서열화'역풍에 부딪히는 바람에 제도 개편은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날 SSAT는 서류전형 부활 무산 이후 처음 치러진 SSAT였다.

삼성은 입사제도 골격을 바꾸지 못한 대신 SSAT 시험 내용에 변화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고비용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학원식 입사시험'을 지양하고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문항 수는 175개에서 160개로 줄이고 대신 ▦언어 수리 추리 상식 등 기존 4가지 평가 영역에서 시각적 사고 능력 문제를 추가하고 ▦역사 관련 문항을 신설했으며 ▦언어영역에 사자성어 동의어 반의어 같은 암기 문제를 없애고 독해능력을 평가하는 문제를 늘렸다.

그러다 보니 시험을 본 대다수 수험생들은 지난해보다 시험이 어려웠다는 반응이었다. 한 응시생은 "기존 문제집이나 학원 강의에만 매달려선 풀기 힘든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험문제 조절만으론 '고비용 입사시험'의 병폐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시험문제 유형을 바꾸면 결국 그에 맞춘 문제집이 또 나올 것이고, 어려워진 만큼 학원수강료도 올라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지원한 이모씨는 "막판에 8만원짜리 인터넷 강의를 듣고 2만원짜리 모의고사 문제집을 사서 공부했다"며 "난이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보문고에선 최근 SSAT 실전모의고사 문제집이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고, 시험이 임박하자 각종 사이트에는 7만~12만원 짜리 SSAT 강의 리스트가 올라오기도 했다.

삼성도 곤혹스런 입장이다. 고비용 해결을 위해선 현실적으로 서류전형 부활이 불가피하지만, 잘못 하다가는 또다시 '닫힌 채용 회귀' '대학서열화' 논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들도 채용 방식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입사시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확실하고, 현재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외국기업처럼 수시채용을 하면 좋겠지만 오랫동안 유지해 온 그룹공채 제도를 한꺼번에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대기업 취업문이 워낙 좁은 만큼 사회적 공감대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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