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문제는 늘 금융시장에 상존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상품이 어렵고 의사결정의 결과가 미래에 결정되어 불확실하거니와 그마저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소비자 또한 항상 일관되고 이성적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화하고 소비자의 교섭력 지위가 상당히 낮으며, 이해 상충의 문제로 인해 소비자 문제가 상존하고 있는 곳이 금융시장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개입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금융소비자보호정책을 마련하려는 모양이다. 기존의 소비자보호정책은 대부분 소비자가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주거나 시장 경쟁을 촉진해서 문제를 개선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금융소비자보호정책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나 금융시장의 발전 단계와 다른 시장에서 기능하는 소비자와 다른 금융소비자의 차별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몇 가지 선결 과제를 짚고자 한다.
먼저 금융소비자보호 대상에 대한 명료화가 필요하다. 소비자기본법에서는 소비자를 사업자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사업자가 제공하는 물품이나 용역 등을 개인의 소비생활을 위하여 사용하거나 이용하는 자(이상 소비생활자) 및 사업자가 제공하는 물품이나 용역을 생산활동을 위해 사용하거나 이용하는 자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정책적 소비자)를 포함하여 매우 포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의 대상을 전문 거래자를 제외한 중소법인을 포함한 일반 금융소비자로 정의하는 경우 위 소비자기본법과 유사하게 광의로 해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법인소비자의 경우 개인보다 상당한 교섭력을 지닌 당사자로 생각된다. 과연 이들까지도 보호의 대상으로 간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책 대상으로서의 금융소비자에 대한 분명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소비자정책에서 소비자에 대한 인식은 초기에 보호의 대상으로 보던 것을 시장의 주인으로 그리고 시장변화의 원동력으로 점차 소비자에 대한 시각이 약자에서 강자로 전환하고 있다. 소비자정책의 방향 또한 개별 소비자의 피해구제에서 소비자의 역량 강화, 여기서 더 나아가 소비자 결집에 초점을 맞추고 실질적인 소비자주권의 실현에서 소비자가 주역이 되는 시장 그리고 더 나아가 소비자가 이끄는 더 나은 세상으로 정책비전도 진화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정책에서도 금융소비자에 대한 인식을 단계적으로 또는 일시에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금융소비자정책 이해관계자들의 행동원칙이 정해져야 한다. 공급자 측면에서 안전한 금융상품을 공급하고 영업윤리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하며 소비자는 금융소비의 책임을 다하고 책임에 기반한 권리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고 정부는 금융소비자(예금자, 투자자, 대출채무자, 보험계약자)의 피해구제가 강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소비자정책의 방향 또한 상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불완전 판매를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과 금융소비자의 역량 강화를 통한 책임 있는 권리 이행 그리고 분쟁조정제도의 정비와 과징금 및 제재 강화라는 큰 틀에서 정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왜 금융소비자보호가 필요한지 즉 금융소비자보호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시장 합의가 도출되고 이에 대한 분명한 필요성 인식이 시장 전반에 형성되어 있어야 그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소비자만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되며 시장구성원 모두의 이익이 되어야 한다. 즉 금융소비자의 권익 증진과 금융시장에 대한 소비자신뢰의 제고를 통해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시장 경쟁력 또한 강화될 수 있을 때만이 소비자보호가 가치 있을 것이다. 나의 이익이 아닌 우리의 이익이 달성될 수 있어야 한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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