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위원회가 12일 내놓은 담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대북 3대 제안'을 거부하면서 박 대통령의 '흡수통일론'을 비판하는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박근혜는) 독일 통일방식이 자기의 '통일모델'이라고 뇌까려댔다" 등 드레스덴 청사진을 북한 체제 붕괴를 가정한 흡수통일로 규정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드레스덴 제안이 발표된 이후 줄곧 이런 인식을 고수해 왔다. 북한의 첫 반응인 노동신문 기사도 "드레스덴 제안은 반 민족적 '체제통일'"(1일), "천추에 용납 못할 정치적 도발"(3일)이라 연이어 주장하며, 북한 경제난과 아이들의 배고픔 등을 언급한 박 대통령 발언을 문제 삼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비방ㆍ중상과 흡수통일은 김정은 정권의 몰락을 겨냥한 것이어서 내용에 상관없이 부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이 거부한 진짜 이유는 기대치를 밑돈 3대 제안 내용에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드레스덴 제안에는 5ㆍ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 등 북한이 바라고, 또 빠른 시일 내에 실현 가능한 알맹이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방위는 12일 담화에서 "(드레스덴 제안에 대해) '내ㆍ외신 모두가 한결같이 5ㆍ24조치 해제와 정세완화에 필요한 큰 흐름은 피하고 있다'고 혹평했다"며 은연중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런 점에서 당장의 남북관계는 냉각 조짐이 뚜렷하지만 우리 정부의 선 대화제의 등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4월까지 3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등 도발 행보를 이어가다 5월 들어 돌연 대화 공세로 돌아선 적이 있다.
우선 한반도 정세 완화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18일 마무리된다. 북한이 지난 두 달 간 한미 훈련을 '북침 전쟁'으로 간주하며 극렬 반발해 온 점을 떠올릴 때 훈련 종료는 남북관계 개선에 호재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지난 9일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를 통해 내부적으로 체제 정비를 일단락 지어 대외 관계 개선에 힘을 쏟을 여력이 커진 것도 주목된다. 한 당국자는 "어차피 드레스덴 제안은 장기 관점에서 추진하는 대북 프로젝트"라며 "북한이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태도변화 여부는 25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서 가늠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비핵화 사전조치 완화 등 북핵 6자회담의 돌파구가 마련될 경우 남북관계도 유화 흐름으로 돌아설 수 있다. 반면 한미가 대북 압박 공조와 제재 수위를 높인다면 북한 역시 장거리미사일 발사나 4차 핵실험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측의 6ㆍ4지방선거도 변수다. 역대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파급력을 고려해 남북관계 수위를 조절해 온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현상 유지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드레스덴 제안의 후속 조치를 포함, 남북관계 전반을 다룰 고위급 접촉을 먼저 제의하면 북한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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