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온라인게임도 스토리가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매주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며 마치 단편 드라마처럼 게임 시나리오를 썼던 게 주요했죠.”
온라인게임 속 주인공들이 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주)넥슨의 ‘마비노기’ 프로젝트 파트장(연구원)인 강근영(31)씨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했던 온라인게임 마비노기의 다섯 번째 이야기 ‘더 드라마 이리아’가 두 권의 책으로 출간(10일)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가 개발한 ‘더 드라마 아리아’의 게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판타지 소설책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13일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에서 그를 만났다.
“기존의 게임은 신화를 중심으로 한 신들의 싸움이 주요 레퍼토리였습니다. 이번에는 여기서 탈피해 거대한 이리아 대륙에서 펼쳐지는 각 캐릭터 간의 상호관계를 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냈죠.”
마비노기는 올해 10주년이 된 게임으로, 신들의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중심 이야기였다. ‘챕터1-여신강림’을 시작으로 2년 마다‘챕터2-이리아의 개척자’, ‘챕터3-연금술사’, 챕터4-셰익스피어’로 이어졌다. 그러나 강씨는 뻔한 게임 스토리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는 유저들이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형식으로 게임 시나리오를 짰고, 매주 스토리를 업데이트해서 총 10여 부작으로 완성했다. 마치 미국드라마가 시즌별로 총 10~16부작으로 내놓는 것과 비슷한 형식이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성격, 심리상태 등이 게임의 주요한 포커스가 됐다. 결국 게임 시나리오 과정 중 각 인물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스토리텔링 작업의 노력이 ‘더 드라마 이리아’를 책으로 출간하는데 주효한 역할을 한 셈이다.
샤먼의 능력을 타고났지만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악령으로 인해 아버지마저 잃은 밀리아, 정글에 버려져 동물들에 의해 키워진 변신의 귀재 샤밀라 등이 그렇다. 눈에 띄는 캐릭터는 타르라크. 8년 전 마비노기 초창기 게임에 등장해 유저들에게 도움을 줬던 인물이었지만, 이번 시즌에선 악역을 맡았다. 강씨는 “타르라크는 가장 심혈을 기울인 캐릭터로 유저들 사이에선 나름대로 충격을 줬던 인물”이라며 “게임에서 허를 찌르는 반전은 필수적인 아이디어인데, 이것이 책 속에선 독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등장인물의 외모(얼굴 생김새, 헤어, 표정 등)와 성격, 특징 등을 꼼꼼하게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시나리오 초안을 잡는 데만 두 달 정도가 소요된다. 여기에는 강씨의 고집도 함께 묻어 있다. “인간미가 있는 게임을 추구합니다. 소모되는 캐릭터 즉 게임에서 임무를 수행하면 죽는 캐릭터들이 있는데 이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하죠. 이러한 노력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 하나하나 살아있는 인물이 된 것 같아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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