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중국시장에서 최단 기간에 '밀리언 셀러'대열로 끌어올린 일등공신 설영흥(69) 중국사업총괄 담담 부회장이 전격 퇴진했다. 워낙 상징성 강한 인물이라, 그이 퇴진을 두고 고령에 따른 용퇴, 세대교체, 현대차 중국 4공장 설립지연에 따른 책임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설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했으며, 후임에 최성기(64) 베이징현대 부사장을 중국사업 총괄 담당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고 11일 밝혔다.
대만계 화교 출신인 설 부회장은 1990년대 초 현대정공을 이끌던 정 회장에게 중국관련 사업을 조언한 것을 계기로 사업적 인연을 맺었다. 한 소식통은 "설 부회장이 현대차에 들어온 건 90년대이지만 두 사람의 인연은 훨씬 오래 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0년대 설 부회장의 부친이 서울 명동 화교거리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했는데 정 회장이 고교재학시절부터 이 식당을 자주 찾으면서 교분을 쌓아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2004년 현대차 중국사업총괄 부회장에 오른 그는 중국 내 탄탄한 인맥을 바탕으로, 현대ㆍ기아차의 비약적 성장을 이끌어냈다. 1,2,3공장 설립을 직접 진두 지휘했고, 지난해엔 현지생산 11년 만에 연산 100만대의 신기록을 이뤄내기도 했다. '현대차 중국성공의 절반은 설영흥의 힘'이란 말까지 나왔을 정도. 그런 만큼 설 부회장의 돌연 사퇴에 대해 현대차 직원들도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설 부회장은 CEO급에선 최연장자로 이미 오래 전부터 쉬고 싶다는 말을 해온 것으로 안다. 현대차가 지난해 100만대 위업을 달성한 만큼 설 부회장도 이젠 후진에게 길을 터주겠다고 마음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대차의 제4공장 설립이 예상외로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4공장 설립을 위한 모든 준비작업을 마쳤고 충칭시와 협약까지 맺었지만, 가장 중요한 중앙정부의 OK사인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4공장을 충칭에 세우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으며 현재 중국 내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