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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이야기 속 내 선택 따라 '나만의 스토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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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이야기 속 내 선택 따라 '나만의 스토리' 나온다

입력
2014.04.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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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산업에서 이야기라는 존재는 어떻게 진화해 갈까. 즉 '발굴ㆍ개발해 상품으로 만들어서 파는' 지금의 다음 세상에서 이야기는 어떤 형식을 띨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 가장 먼저 현실화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interactive storytelling)이 그것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리니지 같은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MMORPG)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바로 이해할 것이다. 분명 제작사가 설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게임이 진행되지만 모든 게이머에게 자신이 하는 게임은 다른 이와는 다른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스스로 이야기 전개의 주체가 되는 인터랙티브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몰입도가 대단하다. 콘텐츠 산업에서 몰입도는 곧 수익성을 뜻한다. 스토리텔링 선진국에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한다. 기존의 출판이나 영화 같은 매체에선 구현할 수 없던 서사의 방식과 구조, 곧 이야기의 소비자가 이야기의 진행에 가담하는 능동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먼저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플랫폼이 개발되고 있다.

배트맨과 슈퍼맨을 탄생시킨 미국 DC코믹스는 지난해 6월 대화형 디지털 만화 플랫폼인 'DC2&DC2: 다중우주(Multiverse)'를 발표했다. 이 플랫폼을 통해 독자는 배경음을 고르는 것 같은 단순한 '개입'부터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여부, 대화의 내용이나 반응을 선택하는 사실상의 '창조'까지 가능하다. 예컨대 고담 시티에 악당이 등장했을 때, 박쥐 가면을 쓴 어둠의 히어로를 부르는 '배트 시그널'을 언제 쏠지 독자가 판단토록 하는 것이다. 독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이 달라진다.

인터랙티브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각각의 분기점에서 선택을 할 권한뿐 아니라 곳곳에 숨겨둔 복선과 암시를 찾아내는 재미도 준다. 모르고 지나칠 경우와 그것을 찾아내 수용자가 반응할 경우, 역시 이야기의 전개와 결과가 달라진다. 수용자가 마치 영화 감독처럼 작품 속 인물들의 '연기'를 지도해볼 수도 있다. 커서를 움직이거나 화면을 터치해 인물의 시선을 옮기거나 줌인, 줌아웃 효과를 선택하는 등의 연출이 가능하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보편화하기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디지털 매체의 기술적 한계는 사실 크지 않다. 어려움은 이야기의 본원적 속성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재미와 정합성을 어떻게 접합시킬 것인가. 수용자가 이야기를 제 맘대로 끌고 가서 제 맘대로 끝을 맺어 버린다면, 그건 게임이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서사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창작 의도, 장르의 규칙, 작품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수용자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각 분기점에서 가능한 수용자의 반응을 예측해 논리 구조를 짜고 재미의 요소를 첨가하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창작 과정은, 그래서 문학보다 수학의 영역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창작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도 개발되고 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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