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완강히 거부하던 일본인 납치피해자 재조사를 수용할 뜻을 비치고 일본은 북한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북일관계의 커다란 변화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장급 협의와 이달 초 상하이 비공식 협의에서 이같이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는 북일 간 최대 현안으로 북한은 "납치문제는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해왔고, 일본은 "납치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일수교는 물론 대북제재 해제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재조사 결과에 따라 일본의 제재완화에 이어 북일 정상회담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북한이 지난달 몽골에서 일본인 피랍자 요코타 메구미의 딸과 요코타 부모와의 상봉을 허락한 것도 이런 분위기의 일환이다.
북일 간 접촉은 올해 들어 부쩍 빈도가 많아졌고, 당국자들의 발언도 매우 유화적으로 변했다. 양국은 지난달 말 1년 4개월만에 국장급 협의를 재개했다. 1월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비밀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도 중국 다롄에서 비공식적으로 북일 정상회담과 경제제재 해제를 논의했다. 북한은 일본을 국제적 고립의 탈출구로 삼으려는 계산이고, '납치문제 해결'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번 기회에 해묵은 숙원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아베 총리는 이달 말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요코타 부모의 만남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북일 간 밀착이 북핵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주변 공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점이다. 지난 7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이 일본에 북일 접촉의 '투명성'을 요구하며 대북제재 해제에 신중할 것을 요구한 것은 이런 우려를 담고 있다. 상하이 비공식 협의가 3국 수석회담 직전 북한의 제의로 이뤄졌다는 것도 의심스런 대목이다. 지금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막기 위한 관련국들의 공조가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 북일의 밀착이 이런 공조에 부담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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