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해 전 국민의 분노를 산 경북 칠곡과 울산 계모 사건에 대한 판결이 함께 어제 나왔다. 대구지법은 상해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칠곡의 계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고, 울산지법은 사형이 구형된 울산 계모에게 징역 15년 형을 내렸다. 두 사건 판결이 나오자 선고형량이 너무 적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대구지법은 "법의 엄중한 잣대와 상해치사죄의 양형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결"이라고 설명했고, 울산지법은 "계모에게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국민들에게 안긴 충격을 감안할 때 법원 판결에 비판의 소지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법 감정과 실제 법 조문에 입각해 형량을 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칠곡 계모 사건은 애초 상해치사죄로 기소돼 형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최근 선고된 아동학대치사죄 사건 판결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으니 법원만 비판할 건 아니다.
문제는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검찰과 경찰의 허술한 수사에 있다. 칠곡 사건 계모는 의붓딸이 사망하기 전에도 수십 차례 폭행했다. 숨진 소녀의 몸에는 언니가 한 짓이라고는 볼 수 없는 상처들이 있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봤더라면 어른의 폭행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했다. 처음부터 언니를 심리적으로 안정시켜 제대로 조사했더라면 계모의 살인 의도 유무와 고의성을 입증할 가능성이 컸다. 이제라도 검찰은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사와 새로운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수사기관과 아동보호기관, 학교 등 아동을 보호해야 할 사회기관들은 너무도 무기력했다.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사회적 기능이나 사후적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아동보호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그야말로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멀쩡한 어린이들이 죽은 뒤 분노하고 뒷북 대책을 아무리 내놓은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아동 보호는 부모뿐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국민 전체의 책무라는 인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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