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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에 대하여

입력
2014.04.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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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그림작가와 술을 마시는데, 그가 스토킹을 당한 적이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림작가가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에게 이별을 선포하자 그가 전화나 문자로 폭언을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전시회장이나 그가 가는 곳 어디에나 불쑥불쑥 나타나 위협을 가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림작가는 경찰의 도움을 요청했고 지금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그림작가나 그 사람의 삶이 피폐해졌음은 굳이 확인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스토킹은 좀 극단적인 형태지만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조금씩은 무언가에 집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 집착의 대상은 사람이기도 하고 사물이기도 하다. 보통 집착은 상대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간주하기 쉽다. 그런데 내 생각에 집착은, 대상을 향하고 있다기보다는 자신을 향하는 것이다. 집착은 상대방으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망이지만,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상대방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나 자신을 수긍하는 데서 오는 희열에 대한 욕망이다. 그래서 대상에 의해 자신이 부정되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그때 그 대상은 자기애의 확인을 가로막는 장애물일 뿐이다. 그런 인식에서 자연스레 그 대상에 대한 가해나 공격 성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결코 대상을 사랑해서도 좋아해서도 아니다. 그것은 자기애의 병적인 산물일 뿐.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간사회의 상시적인 상호존중이 필요하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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