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큰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경북 칠곡의 계모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아동학대 사망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살인 혐의로 기소됐던 울산의 계모에 대해서도 법원은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각각 "무차별적 폭행은 아니었다",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그러나 두 사건이 준 충격과 검찰의 구형량(징역 20년과 사형)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 김성엽)는 11일 의붓딸(당시 8세)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로 기소된 임모(36)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숨진 친딸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이 구형된 친부(30)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임씨는 혐의를 부인하지만 숨진 김양 언니의 마지막 진술이 훨씬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된다"며 "임씨가 범행을 피해자 언니에게 전가하려 했고 피해자들을 사랑해 과도한 훈육을 했을 뿐이라고 변명하고 있어 죄책감을 느끼는지조차 의심된다"고 밝혔다. 임씨의 강요로 줄곧 "내가 동생을 죽였다"고 진술한 언니가 자신을 학대한 부모를 벗어나 보호시설로 옮긴 뒤 법정에서 계모의 범행을 증언한 것이 더 신빙성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부검감정서에 김양의 사망 원인인 외상성 복막염은 1회의 강한 외부충격에 의한 것으로, 무차별적으로 폭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김양의 언니에 대한 법적 지원을 해온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선고 직후 "끔찍한 범행에 비해 형량이 터무니없이 낮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할 방침이며, 살인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법 형사3부(부장 정계선)는 의붓딸(당시 8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계모 박모(41)씨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갈비뼈(16대) 골절 및 이로 인한 폐 파열로 끔찍한 고통 속에 숨진 사실은 분명하고, 박씨의 학대 정도가 점점 심해진 점에 비춰보면 피해자의 사망은 어느 정도 예견된 참사라고 할 수도 있다"면서도 "박씨에게 살해하려는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박씨가 피해자의 도벽과 거짓말이 학대의 원인이 됐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등 반성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아동학대 범죄는 아이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사망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횟수와 강도가 점점 잦아지고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크며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됐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울산지검은 "사건 수사결과 박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다"며 "항소할 계획이며 당초 구형(사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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