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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인식을 디자인한다… 애플의 또 다른 천재 '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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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인식을 디자인한다… 애플의 또 다른 천재 '조니'

입력
2014.04.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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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디자인 혁명을 넘어 사고ㆍ생활방식 혁명까지 일으킨 애플의 이 제품들은 모두 한 사람의 손을 거쳐 나왔다. 스티브 잡스가 '내 영혼의 파트너'라고 불렀던 애플의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 조너선 아이브(47)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지만, 그의 삶은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영국 출신이고, 1997년 잡스와 의기투합하면서 둘이 함께 애플 신화를 썼다는 게 고작이다. 대외적으로 나서지 않는 내성적 성격과 애플의 철저한 비밀주의에 가려진 탓이다.

그의 삶과 경력, 디자인 철학을 자세히 밝힌 것은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가 유일하다.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닷컴의 뉴스 편집자였고, 현재 애플 관련 최고의 인기 블로그인 컬트오브맥닷컴을 운영하는 리앤더 카니가 애플의 전ㆍ현직 직원을 중심으로 약 200명을 취재해 썼다. 원서는 지난해 나왔다.

아이브는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다.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일해 왔는지 비교적 구체적으로 그려 보인다. 상냥한 말씨의 영국 신사라는 이미지 뒤로 일에는 철저하고 집요한 전문가, 뛰어난 리더로서 그의 초상화가 보인다. 디자이너이자 영국 디자인 교육정책가였던 아버지의 영향, 디자이너로서 정체성을 심어준 뉴캐슬 과학기술대의 교육, 로버츠 위버 그룹과 탠저린 등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 등 애플 입사 전의 잘 알려지지 않은 면모도 전달한다.

이런 전기적 사실보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디자인 철학이다. "물건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을 디자인한다"는 게 핵심이다. 애플 제품이 디자인 혁명을 넘어 우리 삶에 근본적 혁신을 일으킨 비결이 여기에 있다. 이음매나 나사못 하나 보이지 않는 애플 제품의 지독한 미니멀리즘은 군더더기 없이 본질만 남을 때까지 줄이고 줄인 끝에 나온다. 그의 궁극 목표는 디자인이 사라져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내 면전에 대고 자신의 꼬리를 흔들고 있는 것 같은 제품을 접하면 정말 짜증난다"며 "우리 목표는 단순한 제품"이라고 말한다.

잡스는 2011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아이브는 애플에 남았다. 현 CEO 팀 쿡조차 그를 위해 일한다고 할 만큼 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진정한 후계자" "조니(조너선의 애칭)가 애플을 떠난다면 잡스 사망보다 더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평가는 과언이 아니다. 잡스 없는 애플은 어디로 갈까. 애플 최고의 혁신가 아이브를 소개한 이 책에서 그 실마리를 구할 수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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