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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이정재가 "잘 생겼다" CM송 부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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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이정재가 "잘 생겼다" CM송 부르는 이유

입력
2014.04.1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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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겼다." 전지현과 이정재가 나오는 광고의 CM송이 대중의 귀에 찰싹 달라붙는다. 반복적으로 영상이 나오기 때문에 심지어 유행어처럼 회자되기도 한다. 광고 속에 나오는 "그거 꼭 알아야 돼?" 식의 말투 역시 일상대화 속에서 간간히 패러디 된다. 복잡한 세상 단순하게 뭐든 다 알아서 해주는 걸 원하는 대중의 마음을 콕 집어낸 광고지만 광고 속의 전지현과 이정재는 이전에 그들이 출연했던 광고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전지현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복합 레이저 프린터 광고의 그 현란했던 춤 동작이 아닌가. 이정재도 마찬가지다. 중후한 목소리의 커피 광고가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이정재다. 그런데 "잘 생겼다" 광고에서 이들은 신비주의는 고사하고 '허당기' 가득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왜 이렇게 자신의 이미지를 허물어뜨리는 광고에 출연한 것일까.

이 광고에서는 광고의 목적과 전지현, 이정재의 목적이 일치하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 거기에는 외형이 잘 생긴 게 아니라 이런 서비스가 잘 생겼다는 것을 어필하려는 광고의 목적이 있고 동시에, 역시 '잘 생긴' 외모가 아닌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로 잘 태어났다는 전지현과 이정재의 이미지 전략이 들어 있다.

최근 전지현은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역할로 주목을 받았다. CF 퀸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를 씻어내듯 한없이 망가지는 그녀의 연기는 연기자로서 그녀의 가능성을 새삼 확인시켰다. 이정재 역시 작년 '관상'이라는 영화를 통해 지금과 다른 연기력을 선보인 바 있다. 수양대군을 연기한 이정재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영화의 긴장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니 이들의 달라진 이미지에 그저 외모가 잘난 '잘 생겼다'의 의미를 질적으로 우수해서 '잘 생겨났다'는 의미로 바꿔주는 이 광고는 맞춤이었을 게다.

전지현과 이정재는 배우에 대한 대중의 달라진 시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잘 생긴 배우는 대중의 시선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그 외모가 때론 배우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배우란 다양한 인물을 소화할 수 있을 때 그 존재감이 드러나는 직업이다. 한 가지 이미지에 붙박인 배우는 나이가 들거나 외모가 달라지면 그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기 마련이다. 또 한 이미지로 너무 강렬하게 각인된 배우는 그 자체가 족쇄가 되기도 한다.

반면 송강호를 생각해보라. 그는 작년 한 해 영화 '설국열차'에서 냉소적인 캐릭터를 선보였고 '관상'에서 절절한 부성애를 그려냈으며 '변호인'에서는 속물 변호사에서 대중을 뭉클하게 하는 인권변호사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류승룡, 최민식, 설경구, 김윤석, 윤여정, 문소리 등은 그 '평범한 외모' 때문에 연기력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었던 대배우들이다. 과거 연예인이라면 일단 보여주는 게 남다른 전시적인 의미가 컸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는 실질적인 능력, 즉 내용적인 의미를 더 들여다본다.

물론 '잘 생겼다'는 태생적인 축복은 누구나 바라는 일일 게다. 특히 잘 태어나는 조건이 미래의 삶까지 결정하는 우리네 사회에서 '잘 생겼다'는 의미는 서민들에게 가슴 아픈 상처일 수 있다. 그래서 일까. 대중은 이 '잘 생겼다'가 태생적인 의미가 아니라 스스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후천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길 원하는 것 같다. 한 광고에 담긴 배우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그 안에 지금 변화하고 있는 대중의 정서를 슬쩍 보여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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