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광주에 야구 인생의 새 둥지를 튼 김병현(35ㆍKIA)은 광주일고 2학년이던 1995년 당시 3학년 서재응(37ㆍKIA), 1학년 최희섭(35ㆍKIA)과 함께 고교 무대를 평정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된 김병현은 아마추어 선수로 역대 최고 계약금(225만 달러ㆍ약 23억원)을 받고 1999년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에 입단했다. 그 해 5월부터 마무리를 꿰차 애리조나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다. 잠시 일본을 거쳐 국내복귀를 선언한 김병현은 고향 KIA가 아닌 넥센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2007년 해외파 특별우선지명을 통해 넥센의 전신인 현대가 김병현을 지명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김병현은 공공연하게 “야구 인생의 마지막은 고향 팀에서 보내고 싶다”고 말했고, 지난 10일 KIA 김영광과 맞트레이드를 통해 마지막 꿈을 이뤘다.
이로써 광주일고 1년 터울인 김병현과 서재응, 최희섭은 19년 만에 고향 팀 KIA에서 다시 뭉치게 됐다.
이들 3명이 함께 뛴 건 서재응이 3학년, 김병현이 2학년, 최희섭이 1학년이던 1995년 청룡기 고교야구대회가 마지막이다. 세 선수는 연고팀 해태의 지명을 받았지만 모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최고의 선수들답게 미국에서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차례로 고향으로 돌아온 인생 궤적도 비슷하다. 삼총사를 지도했던 전 광주일고 허세환 감독(현 인하대 감독)은 “(서)재응이는 활달했고, (김)병현이는 말이 없었다. (최)희섭이는 3명 중 가장 원만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의 성격 그대로다. ‘스타의 산실’ 광주일고는 광주시 북구 누문동에 있다. 광주일고에서 광주 제1의 번화가인 충장로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서울의 명동 같은 곳이지만 세 선수는 한 눈 팔지 않고 야구에만 열중한 덕에 최고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최희섭이 가장 먼저 2007년 5월 시즌 도중 KIA 유니폼을 입었고, 서재응도 2008년부터 KIA에서 뛰고 있다. 둘은 2009년 KIA의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앞장서기도 했다.
19년 만에 한 팀에서 뛰게 된 3명이지만 이제 전성기를 훌쩍 넘긴 시점이다. 서재응과 김병현은 빛이 나지 않는 중간계투로 뛸 예정이고, 최희섭은 부상으로 여전히 재활군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까까머리 고교생이던 시절, 땀과 추억이 서린 고향으로 돌아온 것만으로 행복하다. 그리고 이제는 ‘메이저리거’가 아닌 ‘조연’을 흔쾌히 자처하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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