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개최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회의에서 등장한 신진 인사 중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은 국방위원으로 선출된 조춘룡(사진)이다.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에 발을 들여놓은 만큼 비중이 작지 않은데도 그에 대한 정보는 전무한 탓이다.
정부 당국자는 10일 "조춘룡은 그 동안 우리 당국에 포착되지도, 북한 매체에서 거명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조춘룡은 지난달 치러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제76호 강동선거구에 당선되며 처음 이름을 알렸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새로 꾸려진 국방위 진용을 소개하며 5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조춘룡의 실물 사진도 공개했다.
관심은 조춘룡이 향후 어떤 역할을 맡느냐인데, 국방위 슬림화와 맞물려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김정은은 이번 정부 인사에서 12명이었던 국방위원 수를 9명으로 줄였다. 2인자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을 부위원장으로 승진시켜 처형된 장성택의 빈자리를 메우게 했고,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은 제외했다. 국방위원도 김격식 대장, 주규창 전 당 기계공업부장, 백세봉 전 당 제2경제(군수경제)위원장을 배제한 대신, 최측근인 장정남 인민무력부장과 조춘룡을 신규 발탁했다.
이 당국자는 "결과적으로 조춘룡이 백세봉을 대신한 측면이 있다"며 "미사일 관련 업무에 몸담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안 차원에서 신변 노출에 신경을 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세봉은 주규창, 박도춘과 함께 '로켓 3인방'으로 불리며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조춘룡은 2003년 국방위 위원으로 전격 선출된 백세봉과 권력 진입 과정도 비슷하다.
통일부 이날 북한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 결과에 대해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고 총평했다. 회의에서 ▦헌법 및 법령의 제ㆍ개정이 없었던 점 ▦지난 2년간 당ㆍ정ㆍ군 주요 직위에 대한 김정은 친위 체제 구축이 마무리된 점 ▦주요 정책노선을 유지한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장성택 처형 이후 내부 불안정을 최소화하고 대외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안정적인 국가 운영 방침을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1990년대부터 북핵 협상과 대미 외교를 진두지휘한 강석주 부총리도 이번 1차회의에서 물러나 거취가 주목된다. 하지만 강석주가 1차 회의 주석단에 호명됐고 8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 참석한 점으로 미뤄 완전 실각이라기보다 당 쪽에서 대외 업무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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