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박혜진(24)은 올해 가장 행복한 시즌을 보냈다. 개인 성적은 물론 팀 성적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경기 당 평균 2.1개의 3점슛을 넣고 94.94%의 자유투 성공률로 두 부문 타이틀을 휩쓸었다. 또 자유투 연속 성공 신기록(45개)을 갈아치웠다. 일취월장한 박혜진은 팀의 통합 2연패와 함께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박혜진의 별명은 만화 '아기 공룡 둘리' 캐릭터 '또치'다. 또치는 조연 캐릭터지만 박혜진은 당당한 주연으로 우뚝 섰다. 지난달 30일부터 고향 부산에서 달콤한 휴가를 즐기고 있는 박혜진은 10일 통화에서 "운동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고 그 동안 못 했던 수다를 떨며 잘 지내고 있다"고 웃었다.
막힘 없이 잘 풀린 시즌
박혜진은 2013~14 시즌을 "막힘 없이 잘 풀렸다"고 돌이켜봤다. 35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35분42초를 뛰며 12.6득점 4.9리바운드 3.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득점과 어시스트는 2008년 데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 챔피언 결정전 4경기에서도 평균 14점 7.3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돋보였다. 2008~09 시즌 기자단 투표로 만장일치 신인왕을 받은 유망주가 어느새 '바스켓 퀸'으로 올라섰다.
박혜진은 "단내 나는 훈련과 빡빡한 경기 일정으로 순간 순간 힘들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잘 지나갔다"면서 "팀 성적이나 개인 성적 모두 너무 잘 나온 건 아닌지 불안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팀들이 우리 팀을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1위 팀이라는 생각은 안 한다"면서 "위성우(43) 감독님이 항상 '우리가 잘해서 1등을 한 것이 아니라 다른 팀들이 못해서 1등을 했다'고 말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자유투 성공 기록 끊길 때 후련해
박혜진은 시즌 도중 '자유투의 여왕'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번 시즌에만 자유투 41개를 연속으로 넣었고, 지난 시즌 막판 4개를 더해 45개를 연속으로 성공했다. 정선민(40) 전 대표팀 코치가 2010~11 시즌에 세운 42개 연속 성공을 넘어 이 부문 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박혜진은 "자유투 기록을 이어갈 때 엄청 부담스러웠다"면서 "팀 성적도 좋고 동료들도 잘하는데 나 혼자만 인터뷰를 하고 방송 촬영을 해서 신경이 쓰였다. 기록이 끊기는 순간 아쉽다는 생각보다 후련한 마음이 강했다"고 밝혔다. 박혜진은 자유투를 던질 때 자신만의 준비 동작이 있다. 꼭 공을 네 번 바닥에 튀긴 후 림을 보고 던진다.
위성우 감독 만난 이후 독종 변신
우리은행은 위 감독이 2012년 지휘봉을 잡은 이후 훈련 강도가 세졌다. 따로 정해진 훈련 시간이 없고 위 감독 성에 찰 정도로 성과가 나와야 훈련이 끝난다. 식사 시간때도 예외는 없다. 박혜진은 "훈련을 할 때마다 정말 힘들다"며 혀를 내두른 뒤 "감독님은 공포 영화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위 감독이 부임한 이후 박혜진의 농구 스타일도 달라졌다. 박혜진은 "예전에는 한 골을 상대에게 주면 아쉬워하는 것으로 끝냈지만 지금은 악에 받쳐 농구를 한다. 한 골을 내주면 더 집중해 골을 더 넣고 수비를 할 때 더 악착같이 달라붙는다"고 설명했다.
박혜진은 위 감독을 은인으로 생각한다. 지난해 2018년까지 연장 계약을 한 이유도 위 감독 밑에서 농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혜진은 위 감독에게 할 말은 반드시 하는 '돌직구'로 통한다. 정규리그 시상식을 마친 이후 챔프전 준비를 위한 훈련이 예정돼 있었지만 박혜진은 "선수들끼리 회식을 하기 위해 훈련을 빼달라"고 수상 소감을 밝혀 위 감독을 멋쩍게 했다. 또 챔프전 우승을 하고 나서는 "감독님 양심이 있다면 휴가를 충분히 달라"고 요구했다. 박혜진은 "앞으로도 '총대'를 매고 당당히 요구할 건 요구하겠다"고 웃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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