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2008~2012년 변비로 진료받은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이 6.2%를 기록했다. 화장실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이 주변에 점점 늘고 있다는 소리다. 변비에는 흔히 식이섬유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확히 따지면 항상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식이섬유가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식사, 커피, 흡연 등으로 생기는 '긴장성(경련성)' 변비다. 대장이 너무 수축돼 그 안에서 변이 좀처럼 이동하지 못하는 상태다. 속이 묵직하고 헛배가 부른다. 배변 초기에는 단단하고 작은 덩어리가 똑똑 떨어지다가 점차 무르고 가는 변이 나온다. 젊은 층의 변비가 주로 이런 양상을 보인다.
긴장성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 식이섬유를 섭취한다고 현미나 통밀처럼 도정이 덜 된 곡류, 콩, 채소 줄기, 과일 껍질 등을 많이 먹으면 증상이 자칫 심해질 수 있다. 이런 식품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는 불용성이기 때문에 안 그래도 긴장돼 있는 대장을 더 자극하기 쉽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영양팀 강내영 영양사는 "긴장성 변비일 때는 불용성처럼 거친 섬유질보다는 부드럽게 익힌 채소와 껍질을 벗긴 과일(바나나, 감은 제외)이 낫다"고 조언했다. 부드러운 채소나 과일, 해조류 등에 주로 함유된 가용성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기는 하지만 변비나 체중 감소에는 사실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불용성 식이섬유가 도움이 되는 경우는 대장의 운동이 너무 느려져 생긴 '이완성' 변비다. 딱히 배가 아프거나 불편하지는 않은데 변이 며칠에 한 번씩 굵고 딱딱한 상태로 나온다. 어린이나 노인, 임신부가 겪는 변비가 대개 이런 양상이다. 운동량 부족이나 호르몬 영향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럴 때는 수분을 끌어들여 대변 양을 늘리고 움직임이 일어나도록 자극해주는 불용성 식이섬유가 들어가면 대장 운동의 리듬이 살아나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가용성 식이섬유처럼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없다.
강상범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변비에 무조건 식이섬유가 좋다기보다는 '불용성 식이섬유가 이완성 변비에 효과적'이란 게 정확한 표현"이라며 "여러 종류의 식이섬유 중 잘 알려진 펙틴과 셀룰로스가 각각 가용성, 불용성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특정 식품이나 성분이 어떤 병에 좋다고 알려졌다 해서 무조건 섭취하기보다 정확히 어떤 기능을 하는지, 자신의 증상에 적합한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긴장성이든 이완성이든 괴로운 변비를 반복해서 겪지 않으려면 아침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어난 뒤 따뜻한 음료나 음식을 먹어 밤새 움직이지 않았던 장을 깨워준 다음 일정 시간 지나 화장실에 가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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