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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 있는 행복들

입력
2014.04.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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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인간의 화두다. 매일매일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회사에 나가는 것도, 밤새워 공부하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도, 다른 이의 삶이 묘사된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는 것도 모두 자신의 삶을 행복으로 이끌어가고 싶은 본능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행복은 단숨에, 일순간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삶을 살면 살수록 명백해진다. 그럴 때 일단 가까운 것부터 호명해보자. 자, 내가 먼저 내 곁의 행복을 하나하나 명기해볼 테니 따라 해보시길. 내 어리석음을 깨치는 좋은 선배들과 친구들의 작은 목소리, 내 스마트폰에 뜨는 그들의 수신 전화번호, 내 작은 지혜를 빌려가면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사람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노약자에게 먼저 올라타라고 양보하는 청년을 바라보는 일, 그리고 마음의 탁한 기운을 헹궈주는 수많은 음악과 책과 시들, 그것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귀와 제대로 볼 수 있는 눈, 불행한 삶의 기미를 자신들의 고통으로 먼저 알려주는 시인들, 내 투명한 잔에 술을 따라주는 따뜻한 손의 표정들, 소설가들의 일관된 열정과 겸손, 성실하고 정확하게 물건을 가져다 주는 택배 배달부들, 길에서 만난 노인들의 깊은 퇴행이 보여주는 삶에 대한 은유, 개들의, 언제나 지나친 구애, 일본 사람들이 비행기까지 타고 와서 사먹는다는 북촌 피냉면집이 회사에서 걸어서 3분,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이제는 확실해졌어.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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