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유치원ㆍ초등ㆍ고교생 4남매가 부모의 방치 속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악취가 진동하는 집에서 수년간 살아온 사실이 이웃의 신고로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인천 계양경찰서와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7일 오후 7시40분쯤 계양서 계산지구대에 "(계양구 서운동) 이웃집에 며칠째 아이들끼리만 있는 것 같은데 불안하다. 확인해달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관 2명이 신고된 A(39·여)씨의 집에 가보니 A씨의 초등학생인 둘째 아들(13)과 첫째 딸(9), 유치원생 막내 딸(7)이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나는 방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이들은 저녁도 굶은 채였다.
거실에는 인분이 묻어있는 이불 등 빨래더미가, 화장실에는 빨래와 휴지가 뒤섞여 쌓여 있었다. 부엌 싱크대에는 음식쓰레기가 썩은 채 널려 있었고, 집안 곳곳에선 죽은 바퀴벌레 수십마리가 발견됐다. 현장에 출동했던 강모 경사는 "아이들이 쓰레기더미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TV를 보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4남매는 이날 아동보호기관에 인계됐다. 막내 딸은 만성 변비로 배에 가스가 차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고교생 장남(17)과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둘째 아들은 청소년 쉼터에, 첫째 딸은 아동복지시설에 맡겨졌다.
9일 건강검진 결과 막내 딸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건강했으나 둘째 딸과 막내 딸은 영양상태가 좋지 못해 또래보다 체격이 왜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야간에 요양병원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A씨는 현재 집으로 이사온 7년 전부터 집안 청소를 하지 않고 아이들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매일 새벽 3시에 귀가했고, A씨의 남편은 지방에서 제조업 일을 하면서 한달에 한번씩 집에 왔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4남매가 살던 집의 전세보증금은 2,000만원(18평)이며, A씨의 한달 수입은 130만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9일 아동보호기관에 "너무 바빠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기회를 주면 아이들하고 잘 살아보겠다"며 집안 환경 개선 등을 약속한 아동학대 방지 서약서를 제출했다.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어머니가 양육 의지를 밝혔고 4남매도 어머니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3개월 정도 지켜본 뒤 개선이 안 되면 수사 의뢰나 고발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4남매가 오랜 기간 방임돼 있었기 때문에 심리검사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아동보호기관의 판단에 따라 4남매의 부모를 아동학대로 입건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계양구청과 함께 집안의 도배와 청소를 돕고 4남매에 대한 보육과 교육 등 복지 지원체계를 마련할 것"이라며 "담당 경찰관을 지정해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모금활동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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