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들이 낳은 아기를 한국 국적으로 속여 여권을 발급받은 뒤 본국의 가족에게 보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긴 일당이 적발됐다.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는 10일 여권법 위반 등 혐의로 이모(4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가짜 부모와 인우보증인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베트남 국적 불법체류 부부가 낳은 아기 59명을 한국인 부부가 낳은 것처럼 꾸며 출생신고하고 한국 국적의 여권을 발급받아 베트남의 가족에게 보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불법체류 부부들에게서 아기 1명당 700만원씩 모두 4억1,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씨는 곽모(35)씨 등 한국인 11명을 아기 부모라고 속여 허위로 출생증명서를 만들거나 인우보증인 3명을 내세워 출생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곽씨 등은 아기 1명당 200만원, 쌍둥이는 500만원을 받기로 하고 자신의 호적에 올리는 등 가짜 부모 행세를 하면서 직접 베트남으로 가 아기를 불법체류 부부의 가족에게 건넸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출산장려금과 양육 수당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돈을 주고 자녀의 '국적 세탁'을 한 불법체류 부부들은 맞벌이를 해야 해 정상적인 양육이 불가능한데다 불법체류자 신분 때문에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가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정식 교육도 받을 길이 없어 이씨 유혹에 쉽게 넘어갔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불법체류자들의 신분이 불안정해 아기를 키울 형편이 안 되는 점을 노리고 저지른 범죄"라며 "이씨 등의 여죄는 물론 유사 사건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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