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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 어겨 '칠곡 아이' 못 지킨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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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 어겨 '칠곡 아이' 못 지킨 경찰

입력
2014.04.0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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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 계모 아동학대 살해사건에서 두 번 신고를 접수해 조사에 나선 경찰이 가해부모와의 분리 조사 등 아동학대 사건 조사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의 취재 결과 이런 매뉴얼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찰관이 수두룩했다. 중요한 내용을 망라하고도 일선 경찰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아 있으나마나 한 매뉴얼이 된 셈이다.

계모의 학대로 김모(당시 8세)양이 숨지기 한달 전인 지난해 7월 김양과 친언니 A(13)양에게서 멍 자국을 본 외삼촌은 112에 신고를 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A양의 친아버지는 "우산으로 자매의 싸움을 말리다 실수로 생긴 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그 앞에서 A양에게 "그랬냐"고 물었고 A양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대로 철수했다.

이는 아동학대 현장출동∙조사시 따라야 할 행동요령을 전혀 지키지 않은 것이다. 범죄피해자 보호 매뉴얼에 포함된 행동요령에는 '가해자가 학대로 의심되는 아동의 상처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더라도 반드시 확인한다' '가해자ㆍ피해자는 분리 조사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만 대질 조사한다'고 명시돼 있다. 통상 어린 아이들이 부모 앞에서 허위진술을 하기 쉽고 자기 잘못으로 학대가 이뤄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주의사항도 매뉴얼에 명시돼 있다.

매뉴얼은 또 '아동의 안전 확보가 최우선 과제임을 명심' '아동의 문제성 행동을 탓하며 변명하더라도 학대는 범죄임을 명심한다' '아동이 저연령, 지적 능력 부족 등으로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할 가능성에 유념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칠곡경찰서 관계자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애가 남자도 아니고, 밤이고, (당시 출동한 경찰이) 밖에 따로 불러내 확인하기가 부담스러웠다"며 "우리가 최소한의 조치만 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는 "매뉴얼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잘 모르고…, (있어도) 현장에서 매뉴얼대로 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2년 10월에도 A(13)양이 지구대에 직접 계모의 폭행을 신고했으나 역시 아버지가 조사를 받게 되자 진술을 번복해 유야무야됐다.

칠곡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의 일선 경찰관들이 이 매뉴얼의 존재와 내용을 모르고 있어 언제 어디서든 똑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신고 접수 후 바로 출동해야 하는 서울의 한 파출소장은 "아동학대에 대한 별도의 지침은 없고, 여성청소년과장이 현장 조치 잘 하라고 방문하기는 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과장은 "여성청소년과 담당이니 그쪽으로 물어보라"고 말했고, 이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아동학대는 수사과에서 하니 그쪽으로 전화하라"며 다시 떠넘겼다. 다른 경찰서 형사과장은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정성을 다한다. 정성을 다하면 해답이 나온다"며 다소 동떨어진 대답을 했다.

범죄 피해자 보호매뉴얼은 2012년 마지막으로 개정돼 경찰 내부망에 게시돼 있다. 경찰청은 각 서에 공문을 보내 게시사실을 알리는 데 그치고 있다. 경찰관들이 매뉴얼을 잘 모르고,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는 것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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