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4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최고위원은 9일 열린 첫 TV토론회에서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전반적으로 여론조사에 우위를 보이고 있는 정 의원이 선방한 반면 김 전 총리는 역전의 계기를 만들어내기에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MBC 여의도 사옥에서 90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토론회의 초반은 정책토론이라 비교적 차분했다. 정 의원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재추진 등 각종 개발공약을 내놓으며 "일자리와 복지를 챙기는 '일복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시청-강남 10분대 지하철 건설을 앞세운 김 전 총리는 "혹독한 인사청문회를 세 번 거친 검증된 후보"라며 자신의 도덕성을 부각시켰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세운상가 부지 도심공원 조성 등을 내세우며 "대권놀음에 관심있는 후보들에게 세금 낭비하기 아깝지 않느냐"며 두 후보를 견제했다.
하지만 막판 주도권토론에서는 세 후보가 저마다 '박원순 대항마'를 자임하면서 박심(朴心) 논란, '정몽준-이혜훈 빅딜설', 외부인사 캠프 영입, 주식 백지신탁 문제 등을 놓고 전방위로 충돌했다. 정 의원은 김황식 캠프 선대위원장인 정성진 전 법무장관이 한 언론사 기고 칼럼에서 '이명박 정부는 한 일이 없고 부패한 정부'라고 비난한 대목을 거론하며 "이명박 정부에서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김 후보가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김 전 총리는 "박 시장과 정 의원이 본선에서 붙으면 야권에서 '재벌 대 서민' 구도로 몰아갈 것"이라며 정 의원에게 잽을 날렸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 재직 중에 현대중공업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며 정 의원 캠프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인 주식백지신탁 문제를 건드렸다.
박심 논란과 관련해선 정 의원과 이 최고위원이 김 전 총리를 협공하는 모양새였다. 정 의원이 "박심 거론이 선거 승리에 방해가 된다고 했는데 무슨 뜻이냐"고 묻자, 이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누구를 낙점했다는 것 자체가 박심 팔기이자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 뜻으로 친박계의 김 전 총리 지원설을 겨냥한 것이다.
토론 중간 OX퀴즈에서 '나는 친박이라고 생각한다'는 질문에 정 의원과 이 최고위원이 'O'를 든 반면 김 전 총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세모'를 들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총리는 "특별한 친분이 없고 정치적으로도 친박이라고 할 근거가 없지만 국정운영이 원활히 돼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TV토론이 기대와 달리 맥빠진 자리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세 후보자들의 공약이 기존에 지시된 것을 다시 소개하는 정도였고, 세 후보자들이 시간 분배 등 세부 룰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회자가 일부 후보의 말을 끊는 등 진행상 문제점도 지적됐다. 토론을 마친 뒤 정 의원은 비교적 만족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김 전 총리와 이 최고위원은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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