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타식으로 공부를 강요하고 아이들의 학업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타이거 맘'이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성공 요인이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저우 민 교수와 어바인 캘리포니아주립대 제니퍼 리 교수는 8일 학술지 (Race and Social problems)에 게재한 논문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의 성공은 강압적 양육의 결과가 아니라 가족 차원의 노력, 자녀의 호응 등 다양한 사회 경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타이거 맘'은 예일 대학교의 에이미 추아 교수 책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녀는 엄격한 자녀 훈육 방식이 중국인, 유대인 등 특정 인종에서만 발견되며 이런 교육 방식이 그들이 타 인종보다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은 이유라 주장했다. 실제로 추아 교수의 자녀가 명문대에 합격하면서 이 교육방식은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특정 인종의 우월성을 제기하는 주장이라며 거센 여론의 비판도 받아왔다.
하지만 민 교수 등은 공동논문을 통해 "아시아인계 미국인들의 높은 성공률은 낮은 소득에도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좋은 학교를 찾아 거주지를 선택하고 개인 교습과 같은 교육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아시아계 공동체의 사회경제적, 문화적 장점 때문이지 인종적 우월성 때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들은 또 가족과 공동체의 자녀들에 대한 높은 기대치도 성공 이유로 꼽았다.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에서는 A등급을 보통으로, 보통 평균 점수인 B를 낙제로 간주한다. 또 자녀들에게 의료인, 법조인, 공학자 같은 전문직, 그리고 주립대학이나 아이비리그같이 일류 명문 대학 입학이란 뚜렷한 목표를 제시해준다고 전했다.
자녀들은 이런 공동체의 기대치에 부응하려 노력하고, 또한 다른 학생들에 비해 좀 더 현실적인 잣대로 자기의 성공 여부를 측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즉 그들의 높은 사회적 성공률은 인종적 우월성 보다는 부모의 높은 기대치와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그것에 부응하려는 아이들의 노력 때문이라는 게 두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두 교수는 공동체의 높은 기대치는 성공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단점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높고 뚜렷한 공동체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할 때 자존감 저하를 겪게 되며 동포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들이 인터뷰한 한 학생은 공부가 아닌 미술을 자신의 진로로 선택했다. 공동체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그는 스스로를 "가장 백인다운 중국인"이라며 비하했다.
이 논문을 소개한 워싱턴포스트는 "두 교수의 연구가 추아 교수보다 아시아계의 성공 원인의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추아의 사례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았던 경우에 한정되어 있었던 반면 이들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비교적 낮은 소득으로 살아가는 중국계와 베트남계 이민자 집안의 80여 학생을 직접 인터뷰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김연주 인턴기자 (이화여대 영문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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