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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사굴기 자신감… 시진핑, 헤이글 만나 "새로운 군사관계 발전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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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사굴기 자신감… 시진핑, 헤이글 만나 "새로운 군사관계 발전시켜야"

입력
2014.04.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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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불협화음이 고조되고 있다. 중일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남중국해 문제, 미국의 신형 무기 대만 판매, 홍콩 정치 자유 사안까지 상대방에 대한 강력한 불만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견과 갈등이 있어도 가능한 한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이전과는 딴판이다. 힘이 세진 중국이 그 동안 자제해온 얘기들을 거침없이 하며,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의미하는 신형대국관계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 만나 "양국은 상호존중의 기초 위에 공동 번영의 신형대국관계를 구축하고 그 틀 안에 신형군사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서로 다른 점과 민감한 문제는 잘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겅옌성(耿雁生)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최근 미 의회가 대만에 대한 신형 무기 판매를 촉구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이라며 "미국은 이 문제가 양국 관계에 끼칠 민감성과 파괴성을 잘 인식해,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미국 국방장관이 방중중인 상황에서 중국 국방부가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 일이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홍콩의 자유가 훼손되고 있다'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발언과 관련, "미국은 어떤 형식으로든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미국의 방법은 완전히 틀린 것으로 우리는 이에 강렬한 불만과 반대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8일 판찬룽(范長龍)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헤이글 장관과 만나자 "당신의 강경한 발언에 나를 포함한 중국인들은 매우 불만"이라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헤이글 장관이 방중 전 일본에서 중국을 겨냥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지 말라고 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은 아예 "미국은 중국과의 분쟁에서 일본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하는 헤이글 장관의 면전에 "영토를 수호할 책임이 있는 중국군은 당과 인민이 부르면 언제든 나가 싸울 것이며 싸우면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이처럼 중국이 전방위로 미국에 대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엔 영토 주권 문제와 핵심 이익에선 결코 양보하지 않는다는 지도부의 의지를 안팎에 과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중국내 여론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헤이글 장관의 친일 발언엔 관영 언론조차 정부의 적극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평소 군중노선을 강조해 온 시 주석의 성향, 팡 부주석과 창 부장의 반박이 중국 기자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나왔다는 사실 등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매년 두 자릿수로 국방 예산을 늘리며 힘을 키워 온 중국이 군사적 굴기를 과시하기 시작한 것이란 해석도 적지 않다. 중국이 헤이글 장관에게 첫 항모인 랴오닝(遼寧)호 참관을 허용한 것도 이런 자신감의 표출로 볼 수 있다.

중국이 미국에 요구해 온 '새로운 군사관계'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제 해야 할 말은 하고 이견이 있으면 이를 감추지 않고 직접 얘기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생각"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상호 핵심이익을 존중하자는 게 새로운 군사관계"라고 말했다.

헤이글 장관이 양국 군사관계의 새로운 모델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는 8일 중국 국방대학 강연에서 "새로운 군사관계 모델을 위해선 양국이 추구하는 지역 안전 질서와 양국의 책임에 대한 이해를 공유해야 한다"며 "솔직하고 열린 대화로 이견을 건설적으로 관리하면서 공통 이익에 대한 실질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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