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회장 박성수)이 서울을 연고로 한 프로축구단을 창단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9일 "이랜드그룹이 2015년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참가를 목표로 지난 1년간 시장조사와 기획을 거쳐 축구단 창단의 로드맵 수립을 마쳤다"며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이 어제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에게 서울시를 연고로 팀을 창단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랜드그룹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로축구단 창단 발표와 함께 창단 의향서를 연맹에 제출한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6월부터 구단 운영 타당성 조사와 운영 방법을 치밀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서열 50위권인 이랜드그룹은 축구와 인연이 깊다. 1992년 말 임마뉴엘 선교축구단을 인수해 '이랜드 푸마'로 이름을 바꾼 이랜드그룹은 1998년 2월 해체할 때까지 팀을 꾸리면서 실업무대에서 8차례 우승, 3차례 준우승을 기록했다. 특히 2012년 12월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인수전에도 뛰어드는 등 스포츠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 푸마'를 운영할 때는 일부 종교적인 색채를 띠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축구단을 철저하게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다. 유망주 발굴과 이적을 통한 이익창출에 구단 운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랜드는 지난해 미국 스포츠 브랜드 케이스위스를 인수했고, 한국과 중국에서 뉴발란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스포츠 관련 사업으로 1조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랜드는 축구단 운영을 통해 스포츠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축구계도 이랜드그룹의 창단을 환영하고 있다. 최근 시ㆍ도민구단 위주로 K리그 팀들이 창단된 가운데 이랜드그룹이 축구단을 만들면 1995년 12월 수원 삼성 이후 20년 만에 기업 구단이 K리그에 입성한다.
국내에서만 26개 계열사를 거느린 이랜드그룹은 250여개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로 지난해 총 매출이 10조(글로벌 매출 3조원)에 달한다. 유통과 패션, 레저가 중심이다. 중국과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주요 10개국에 해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축구단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25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랜드그룹은 재정의 압박 없이 장기간 축구단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그룹은 이미 서울시와 협의해 연고지를 서울로 결정한 가운데 홈 구장은 잠실종합운동장을 사용하는 것으로 의견을 맞췄다. 잠실종합운동장은 지난해 동아시안컵을 치르면서 조명과 전광판을 보수하고 그라운드도 사계절 잔디로 바꿔 프로경기를 치르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이랜드그룹이 서울을 연고로 팀을 창단하려면 프로연맹에 창단가입금 5억원만 내면 된다. FC서울은 2004년 안양에서 서울로 연고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면서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설 분담금 50억원과 프로축구발전 기금 25억원을 합쳐 총 75억원을 냈다.
하지만 이랜드그룹은 잠실종합운동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면 월드컵경기장 건설 분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또 2012년부터 프로축구 발전기금도 폐지돼 창단가입금 5억원만 부담하면 된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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