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배치고사를 명목으로 입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과정에서 시험 문제를 내는 일이 법으로 금지된다. 대학들도 논술, 구술, 면접 등 대학별 고사에서 고교 과정을 벗어난 문항을 출제하면 입학정원의 10% 강제 감축 등 제재를 받게 된다. 교육부는 올 2월 국회를 통과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시행령을 입법예고한다고 9일 밝혔다.
반 배치고사의 선행 문제 출제와 입학 예정학생을 대상으로 한 선행학습은 최근 문제로 지적돼 왔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 경기 광주 대구의 일반고 자율고 외국어고 등 169개교의 수학과목 배치고사를 분석한 결과, 43.8%(74곳)가 선행 교육과정에서 문제를 내는 등 실태가 심각했다. 외고가 58.3%로 가장 많았고, 자사고 48.6%, 일반고 41%였다. 고 1 수학의 마지막 단원인 '지수와 로그'나, 대학과정의 '정수론'에 나오는 '페르마 소정리'를 출제한 학교도 있었다.
류정섭 교육부 공교육진흥과장은 "반 배치고사를 실시하면서 고교 내용을 시험범위에 포함하면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부작용을 개선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국제중과 같은 특성화중, 특목고, 자사고, 자공고 등 선발권을 가진 학교들은 고교 이전 단계를 범위로 입학전형을 실시해야 한다. 경시대회 실적, 인증시험 성적, 외부기관 캠프 참여 등의 '스펙'도 반영해선 안 된다.
대입전형에서도 대학들이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는 내용을 출제하거나 평가해선 안 된다. 이를 어겼다가 시정ㆍ변경 명령을 받고 따르지 않으면 해당 대학은 입학정원의 10% 내에서 모집정지가 되고 1년간 정부 재정지원사업 참가를 신청할 수 없다. 두 차례 불이행하면 10% 내 정원이 감축되고, 3년간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중ㆍ고교에도 마찬가지 행ㆍ재정 제재가 뒤따른다.
각 시ㆍ도 교육감과 교육부 장관은 초ㆍ중ㆍ고와 대학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입학전형을 실시하는지, 편성계획대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지 등을 상시 조사, 감독한다.
교육부는 2학기 중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러야 하는 고 3에 대해서는 교육과정을 1년 단위로 편성하거나, 시험과목은 수능 전 진도를 마칠 수 있도록 학기당 이수 과목과 이수단위 운영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선행학습 규제로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 것인지 효과는 의문시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8~9일 초중고 교사 2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부담이 줄 것, 줄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각각 51.2%, 48.3%로 반반이었다. 일각에서는 "공교육만 규제 대상으로 삼아 오히려 사교육 선행학습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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