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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인 것과 몸무게

입력
2014.04.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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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아니어서 확언할 순 없지만, 매우 정신적인 작업으로 간주되는 글쓰기도 물리적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분명한 요인인 것 같다. 내가 바로 그 증물이다. 나는 아침에 키를 재면 177㎝이고 저녁에 키를 재면 176㎝다. 그리고 몸무게는 69㎏. 15년째 이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체중관리를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하거나 식이요법을 실천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잦은 음주로 인해 필요한 에너지보다 많은 양의 에너지원을 섭취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중을 유지하는 이유를 나는 글쓰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내가 낸 책이나 발표한 원고들을 단순 환산하면 나는 평균 한 달에 100매 정도의 글을 지속적으로 써온 셈인데, 글을 쓸 때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몸에 장엄한 긴장이 깃든다. 그것은 수축을 지향하는 상태다. 아무래도 이 과정에서 내 몸에 쌓여 있던 에너지가 소진되는 것 같다. 왕성한 창작열을 가진 소설가 중에 비만 체형을 가진 이들이 거의 없다는 것도 내 추정의 근거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집중이 요구되는 모든 일은 실제적으로 우리 몸의 에너지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소진시키는 것 같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질 나쁜 연애에 빠진 이들의 체중이 줄어드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가 아닐까.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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