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3분. 첼시(잉글랜드)의 스트라이커 뎀바 바(29)가 상대 골문 정면에서 넘어지면서도 왼발 슛으로 골 네트를 갈랐다. 주제 무리뉴 첼시 감독은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하는 코너 플랫까지 달려가 기쁨을 나눴다.
첼시가 9일(한국시간)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를 가득 채운 3만8,500명의 홈 관중 앞에서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을 2-0으로 꺾고 2013~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티켓을 따냈다. 1차전에서 1-3으로 패했던 첼시는 1ㆍ2차전 합계 스코어가 3-3으로 같았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준결승에 올랐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원정에서 0-2로 패했지만 1ㆍ2차전 합계 3-2로 승리를 거두고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첼시를 4강으로 이끈 ‘승부사’ 무리뉴
1차전 파리 원정에서 대패를 당했던 첼시는 공격적인 카드를 뽑아 들었다. 그러나 전반 18분, 에이스 에덴 아자르(23)가 종아리 부상으로 빠지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무리뉴는 아자르 대신 안드레 쉬를레(24)를 투입하면서 볼 배급을 프랭크 램퍼드(36)에게 맡겼다. 교체 카드는 그대로 적중했다. 쉬를레는 그라운드에 나선지 14분 만에 다비드 루이스(27)의 백헤딩 패스를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무리뉴 감독은 후반 21분 램퍼드 대신 바를, 36분에는 오스카(23)를 빼고 페르난도 토레스(30)를 투입해 공격의 박차를 가했다. 미드필더 2명을 불러들이고 그 자리에 4명의 공격수를 넣는 도박을 했다. 패색이 짙던 후반 종료 3분 전, 바가 극적인 골을 뽑아내며 준결승 티켓을 따냈다.
무리뉴 감독은 이날 승리로 개인통산 8차례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성공, 알렉스 퍼거슨(7차례) 전 맨유 감독을 넘어섰다. 특히 2003~04시즌 포르투(포르투갈)를 이끌고 처음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나선 이후 8강에서 100% 승률을 기록, 단기전 최강자임을 증명했다.
도르트문트의 파상 공세를 막아낸 카시야스
1차전 3-0의 대승을 거둔 레알 마드리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가 부상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도르트문트는 안방에서 호날두가 빠진 마드리드를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갔지만 상대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33)의 선방에 눈물을 흘렸다.
도르트문트는 전반 24분 마르코 로이스(25)가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13분 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6)가 찬 공이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오자 쇄도하던 로이스가 밀어 넣어 추가골을 터트렸다.
전반을 2-0으로 앞선 도르트문트는 후반 추가골을 넣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그때마다 카시야스의 신들린 선방에 막혔다. 후반 20분 도르트문트 헨릭 음키타리안(25)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 탄식이 흘렀다. 3분 뒤 음키타리안이 골문 정면에서 결정적인 오른발 슛을 때렸지만 이번에도 카시야스가 슈퍼 세이브로 팀을 구해냈다. 지난 시즌부터 팀 동료 디에고 로페스(33)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주고 챔피언스리그나 컵 대회에만 주로 나섰던 카시야스가 가장 중요한 순간 존재감을 드러내며 레알 마드리드의 준결승행을 견인했다.
이재상기자
한국스포츠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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