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진 줄 알았던 돈 선거의 망령이 도지고 있다. 6ㆍ4지방선거를 앞두고 돈봉투 살포로 잇따라 적발되는 등 약 1,500명이 사법처리된 2008년 청도군수 재선거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6ㆍ4지방선거와 관련, 유권자에게 돈봉투를 건넨 경북 의성군수 예비후보측 관계자 A(48ㆍ경북 의성군 의성읍)씨를 적발, 조사에 나섰다.
선관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일 오후 의성군 단밀면 면사무소 앞에서 열린 지방선거 예비후보 사무소 개소식에서 70대 유권자에게 1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네다 주민 신고로 적발됐다. A씨는 개소식 현장에서 2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돈을 건네다 제보자가 사진을 찍어 신고하는 바람에 덜미를 잡혔다.
앞서 경북 고령군에서도 지난달 중순 지역 주민 2명에게 각각 현금 50만원이 든 돈봉투를 전달하던 기초의원 예비후보 B씨가 선관위에 적발됐다. B씨 부인은 지역 한 사찰 신도회장에게 "남편이 선거에 나와 불공을 드리고 싶다"며 방생행사 찬조금 명목으로 10만원을 건넸다가 함께 적발됐다. 선관위는 돈을 건넨 예비후보와 받은 사람 등을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고발했다.
지방선거 출마(예상)자들의 금품살포는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검경에 입건되거나 내사중인 대구경북지역 선거사범은 106명이고 이 중 93명이 경북지역이다. 특히 93명 중 금품관련 사범이 66명으로 77%에 이른다. 이 중 대다수는 음식물 제공 등이지만 과거와 같은 돈봉투 살포도 포함돼 있다.
경북 지역의 혼탁상이 심한 것은 농촌지역이 많은데다 상향식 공천이 주원인으로 보인다. "선거판에 뭐 없냐"고 여기는 1960-70년대 막걸리 고무신 시절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이 여전한데다 후보자들도 상향식 공천으로 공천권자 보다는 경선을 위한 밑바닥 표심잡기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을 도입함에 따라 여론조사와 당원 표심잡기를 위해 후보들이 무리수를 두는 경향이 있다"며 "자칫 2008년 청도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종전까지는 공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인물에 대한 로비만으로 공천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여론조사 결과가 결정적 영향을 미침에 따라 금품 살포 범위가 확산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청도군수 재선거 당시 한 후보측이 마을별로 무차별적으로 돈봉투를 살포, 구속 50여명 등 모두 1,470명이 사법처리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졌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