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8일 무공천 방침을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물어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안 대표의 '포기 정치'가 또 다시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 대표가 정치적 고비 때마다 결정을 번복해 온 전력 때문이다.
안 대표의 '회군 정치'는 정치 입문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안 대표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등에 업고 시장 후보로 급부상했으나, 현 시장인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직을 전격 양보했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을 때도 안 대표는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는 없다"고 공공연하게 못 박았지만 야권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하고 단일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불협화음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바 있다.
최근에는 "양당 구도를 깨야 한다""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 며 야심 차게 신당 창당을 추진했지만 새정치에 걸 맞는 인물난이 해소되지 못하는 등 현실적 어려움이 뒤따르자 돌연 지난 달 독자 세력화 방침을 포기한 후 민주당과 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당장 새누리당에서는 안 대표의 이날 결정에 대해 "약속을 뒤집기 위한 수순 밟기로 '철수 정치'가 도졌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박대출 대변인은 "내부 반발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봉착하자 마지막 남은 새 정치의 명분을 땅에 묻기 전에 국민과 당원에게 삽을 넘긴 격"이라고 지적했다. 민현주 대변인도 "신당창당의 유일한 공약수가 기초공천 폐지였는데 이제 신당의 새 정치는 어디로 가느냐"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안 대표는 "저의 소신은 변함이 없다"면서 무공천 입장 철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 지도부도 "당원과 국민 사이에서 이견이 나오는 만큼 이를 수렴하기 위한 열린 리더십의 행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대표가 정치적 고비마다 원칙과 소신을 접는 행보를 거듭해 그의 '신뢰 정치' 이미지는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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