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재가동한 영변 원자로가 냉각수 공급 부족으로 가동이 일시 중단된 것으로 파악돼, 영변 핵 시설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사이트 '38노스'는 위성사진 판독 결과, 5MW급 영변 원자로의 가동이 일시 중단됐거나 저전력으로 가동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닉 한센 위성사진 분석가는 그 원인이 지난해 7월 영변지역 홍수로 인근 구룡강 흐름이 바뀌면서 냉각수 유입시설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에 따라 북한이 냉각시설 수리를 위해 원자로를 가동 중단하거나 저전력으로 전환했다"며 "올 2월까지 냉각수용 수로와 댐을 새로 건설했지만 이 역시 홍수에 취약하다"고 동일한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이어 "영변에 건설 중인 실험용경수로도 같은 냉각시설을 이용하고 있어, 냉각수 부족이 영변 핵 시설 전체의 안전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4월 재가동을 선언한 영변의 5㎿급 실험용 원자로는 1986년 첫 가동을 시작했으며, 연간 핵무기 1개분(6~8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이 50년대 핵무기 생산을 위해 건설한 구식 원자로인데다, 시설마저 노후해 안정성 문제가 계속해 제기됐다. 북한은 2008년 연간 수십 차례 가동이 중단되던 이 원자로의 냉각 탑을 폭파하고 가동을 중단했으며, 그 대가로 미국에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를 얻어낸 바 있다. 한센 분석가는 "이 같은 영변 원자로의 냉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감속재로 사용하는 흑연의 노심에 화재가 발생, 방사능 유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군사분석기관 IHS제인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 기술로는 영변 원자로 화재를 진압할 수 없어 결과가 끔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변의 핵 사고가 가져올 피해 정도에 대한 분석은 큰 차이를 보인다. 38노스는 문제의 영변 원자로가 소규모여서 원전사고가 발생해도 그 피해가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같은 재앙수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북한의 투명성 부족과 방사능 유출이 맞물려 주변국을 공포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핵 사고는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은 "영변 원자로가 과거에도 고장으로 자주 가동 중단됐었다"며 "워낙 원자로 규모가 적기 때문에 방사능 누출사고가 벌어지더라도 주변에나 피해가 갈 정도"라고 평가했다. 영변 원자로는 우리 원자로의 최소사양(1,000㎿)의 200분의 1수준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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