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망이 뚫렸다. 대통령은 '통일 대박'을 얘기하는데 그 전제인 '안보는 쪽박'이란다. 나라가 온통 안보불안에 떠는 이유는 바로 북한발 무인항공기 때문이다. 무인기의 선구자인 미 국방부에서는 이를 '사람 없이 양력과 동력으로 자율비행과 원격조정이 가능하며, 폐기 혹은 회수가 쉽고 살상 및 비살상 장비를 탑재할 수 있는 항공기'로 정의한다. 덧없는 희생을 줄이기 위해 만든 무인기이지만, 상대편 입장에서는 전혀 달가울 수 없는 존재이다. 타국 영공을 뻔뻔이 침공해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의 목숨까지도 노린다. 미군의 프레데터나 리퍼와 같은 무인공격기는 공대지 미사일과 유도폭탄을 장착해 정밀폭격을 하여 테러범들을 암살한다. 공군력이 약한 나라는 이런 무인기를 막을 재간이 없어 자신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당하고, 국민이 목숨을 잃어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최근 무인기로 신 나게 전쟁을 한판 벌이던 군사 강국들은 이제 반대의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만약에 적국이 무인기를 활용한다면 어쩔 것인가? 프레데터처럼 미사일로 폭격이 가능한 무인기는 크기가 커서 보통 비행기처럼 탐지할 수 있고, 전투기로 쉽게 요격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초경량 소형 무인기이다. 2m 이하의 작은 크기로 보통 레이더에는 새떼로 인식되는 등 탐지가 어렵다. 여기에 폭탄이라도 장착해 암살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로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서는 소형무인기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완벽한 시스템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무인기 사건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 기체가 우리나라의 핵심부인 청와대를 촬영하고 갔다는 점이다. 물샐틈없는 경비로 대통령을 지키고 있는 줄 알았더니 북한 무인기에 속수무책이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무인기가 미래 전쟁의 수단이라는 것을 들어온 많은 사람이 공포에 빠지기 시작했다. 북한의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까지 침범할 정도인데, 대한민국 국민이 안전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보내고, 우리가 탐지하지 못한 무인기는 초경량 소형 무인기이다. 여기에 탑재할 수 있는 폭탄이나 화학무기라고 해봐야 1kg밖에 되지 않는다. 의미 있는 살상력을 가지기 위해선 1톤 이상은 탑재하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기체 크기는 10m를 넘어 우리 방공망으로 식별하고 격파할 수 있다. 초경량 소형무인기가 위험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이런 기체는 정찰목적으로 활용돼 적에게 충분히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군사적인 위협이 된다. 한마디로 안보의 사각지대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초경량 무인기가 공포의 대상인가? 앞으로 발전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는 일부 호사가들이 호들갑 떠는 것처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대량살상무기는 아니다. 오히려 무인기발 안보불안을 급증시킴으로써 우리의 국가안보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 숲을 못 보고 나무에만 집착해 정작 중요한 전력을 강화하는 대신 엉뚱한 곳에 투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실 우리는 무인기보다 더 심각한 안보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바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ㆍ로켓 전력이다. 북한이 최근 쏘아댄 미사일과 로켓은 모두 90발이다. 여기에는 사거리 150km를 넘는 KN-09 신형방사포에서부터 사정거리 1,300km가 넘는 노동미사일까지 포함됐고 모두 생화학무기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들이다. 이런 대량살상무기들을 격파하기 위해 정부는 킬 체인과 KAMD를 활용하는 군사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대량살상무기를 막기 위해선 방어전략을 철저히 짜는 것보다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를 침묵시킬 수 있는 한 방을 가져야 한다. 바로 냉전 시절 미소 간에 서로에 대한 견제를 이루게 했던 상호확증 파괴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는 아직 공세적 전략과 청사진, 그리고 예산배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정부를 대표하는 국가안보전략지침조차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소형무인기가 '안보 쪽박'이 아니라 국방의 밑그림과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안보 쪽박'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