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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벚꽃ㆍ호수ㆍ바다…봄날의 강릉 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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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벚꽃ㆍ호수ㆍ바다…봄날의 강릉 꽃놀이

입력
2014.04.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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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반도 동쪽까지 꽃이 점령했다. 대관령 너머 강원도 강릉 땅에 벚꽃이 화사하다. 꽃구경, 남쪽으로만 가라는 법 없다. 이번에는 동쪽으로 가본다. 경포호 에둘러 핀 벚꽃이 볼만하다. 선교장에선 고즈넉한 한옥 툇마루에 앉아 봄과 논다. 안목해변에선 드립커피 한잔 마셔준다. 그 유명한 정동진 구경하고, 바다와 붙어 달리는 ‘헌화로’ 드라이브도 한다. 강릉에서 즐기는 꽃놀이가 참 실속 있다.

● 정철의 애를 태운 호수에 벚꽃 활짝…경포호

경포호에 벚꽃이 흐드러졌다. 마침 축제(13일까지 2014경포벚꽃잔치)도 한창이다. 눈부신 신록과 화사한 벚꽃, 천연한 호수의 절묘한 어울림에 눈이 호강한다. 호수 품은 벚꽃의 우아함이 산야에 핀 꽃의 화려함 못지않다. 물새들도 이 멋에 푹 빠져 호수를 못 떠난다.

사람들, 꽃과 노느라 정신없다. 연인들은 손 꼭 잡고 ‘꽃터널’을 산책한다. 경포대 주차장 인근에서 빌려주는 커플자전거도 탄다. 엄마, 아빠가 즐거우니 유모차에 앉은 아이도 덩달아 신이 난다. 입가에 미소가 한 가득이다. 관광버스 대절한 상춘객들은 카메라 셔터 연신 눌러댄다. 팝콘 같은 꽃이 배경이다. 꽃 앞에 선 사람들 모두가 희희낙락이니, 세상에 꽃만 가득하면 다툴 뭐 있을까 싶다.

경포호는 석호다. 모래 같은 퇴적물이 만(灣)의 한쪽 입구를 막으니 바다가 호수가 됐다. 그래서 호수 옆이 바로 경포해변이다. 호수는 원래 둘레가 12km나 될 만큼 넓었다는데 지금은 약 4km다. 한 바퀴 도는데 한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걸으면서 월파정, 홍장암, 경포대는 구경한다. 경포호 다녀온 티 낼 수 있는 곳들이다. 월파정은 호수 안에 있는 누각이다. 경포호 그림이나 사진에 꼭 등장하는, 작은 바위(새바위) 위에 서 있는 그 누각 맞다. 이거 들어앉은 자리가 기가 막혀 경포호의 상징이 됐다. 홍장암은 고려 말 강원도순찰사로 이곳에 머물렀던 박신이 기생 홍장과 함께 배를 타고 사랑을 나눈 이야기가 전해지는 바위.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말의 이야기라 호수 풍경도 환하고 예쁘게 다가온다. 달 뜨면 경포대에 올라본다. 호수와 인접한 암벽에 지은 정자다. 송광 정철의 애를 그토록 태웠던 풍경이 여기 있다. 그는 ‘관동별곡’에서 이곳에서 보는 달밤 풍경이 관동팔경 중 으뜸이라고 했다. 달빛 쏟아지면 하늘, 바다, 호수, 그리고 술잔과 임의 눈동자에 달이 뜬다고도 했다. 요즘은 벚꽃까지 있으니 아마도 그가 본 것보다 풍경 더 예쁠지 모를 일이다. 낮 풍경도 물론 이름값 한다.

● 조선 양반집 나들이…선교장

경포호에서 운정삼거리지나 경포사거리까지 죽헌천을 따라 간다. 경포호 주변 못지않은 벚꽃 명소다. 운정동에는 그 유명한 선교장이 있으니 들러본다. 선교장은 조선의 양반 주택이다. 전주 이씨 가문의 효령대군 11세손 이내번이 지었다. 그가 터 잡은 후 가세가 크게 번창했단다. 여러 대에 걸쳐 많은 가람이 들어선 덕에 지금은 규모가 제법 커졌다. 경포호에서 운정삼거리까지 간 다음 우회전 해 김시습기념관 지나면 선교장이다. 전통음식만들기, 다도체험, 한옥숙박체험 등도 가능하다.

활래정과 열화당은 이곳 대표 건물이니 꼭 본다. 활래정은 앞마당 인공연못에 지은 누각이다. 여름에 연꽃 활짝 피면 우아한 멋이 끝내준다. 띠살문의 고상한 멋은 물론 연꽃 없는 지금도 볼만하다. 열화당은 선교장의 사랑채다. 1815년 지어졌는데 동판으로 만든 러시아식 테라스가 이색적이다. 고색창연한 전통한옥과 서양식 테라스의 조화가 약간 어색해 보이지만 어디 가서 구경 못할 것이니 잊지 말고 관람한다. 조선말 러시아공사관 사람들이 이곳에 잠시 머물렀는데 이 동판 테라스가 이에 대한 보답의 선물이란다.

창고였던 자미재, 집안일 돕던 여인들의 숙소 연지당, 안방마님 거주하던 안채, 손님 머물던 별당, 그리고 행랑채와 열화당 후원 정자인 초정까지. 조선 사대부가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힘겨우면 가람들 툇마루에 앉아 봄볕 만끽하며 쉬어간다. 고즈넉함에 기분 참 상쾌해진다.

선교장 둘레길도 걸을 수 있는 만큼 걸어본다. 선교장 주변 야트막한 산을 에두르는 길인데, 길 주변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아주 멋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 쭉쭉 뻗은 자태가 꽃 못지않게 화려하다. 높이 23m에 수령이 520년 된 소나무도 있다. 이거 보면 한철 사는 꽃 볼 때 보다 여운 오래간다.

죽헌동에 있는 오죽헌까지 내쳐 돌아본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의 친정집인데 우리나라에서 주택 건물로는 가장 오래됐다. 이곳 ‘몽룡실’에서 조선의 대학자 율곡 선생이 태어났다. 뒤뜰에 검은색 줄기의 대나무 ‘오죽’이 자란다. 선교장에서 가깝다.

●커피의 치명적인 유혹…안목해변

꽃구경 다음은 바다구경이다. 먹먹한 가슴 뻥 뚫어주는 데는 등등한 기세의 동해 파도가 최고다. 봄날, 이런 파도 한번 봐줘야 일년의 퍽퍽한 일상을 또 견딜 수 있다. 경포해변→강문해변→송정해변→안목해변 순으로 해안도로 따라 간다. 다 똑같아 보이지만 저마다 특색이 있으니 지루하지 않다. 정동진해변, 심곡항 지나고 금진항이 종착지다.

강문해변에선 갈매기 질리도록 본다. 백사장을 뒤덮었다. 과자 한 봉지 챙겨 가면 영화 같은 장면 연출 가능하다. 강문해변 가면 ‘진또배기’도 찾아본다. 솟대의 강릉사투리가 진또배기다. 마을 재앙 막고 풍년, 풍어 빌기 위해 세운 일종의 장승이 솟대다. 강문 진또배기는 세 마리 오리 모양 조형물을 올려놓았는데 아름답다고 소문 자자하다. 마을입구 노인회관 인근이다. 송정해변은 소나무가 천지다. 끝이 없다. 숲에 들면 하늘도 안 보인다. 여름이면 북적였을 곳이지만 요즘 한갓지니 걸으며 싱싱한 솔향기 마음껏 들이켠다.

안목해변에선 커피 한잔 마셔준다. 여기, 강릉의 커피 명소다. 백사장 뒤 해안도로에 카페들 즐비하다. 스타벅스, 엔제리너스커피, 할리스커피, 카페베네도 자리를 꿰찼다. 항구 방파제 옆에 있는 할리스커피는 전망 좋기로 소문났고, 엘빈은 커피와 함께 케이크가 인기다. 커피커퍼도 이 해변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아주 오래 전에 안목해변에 커피자판기가 많았다. 약 20년 전만해도 불과 500m 길이의 도로에 80대 이상의 커피자판기가 있었다. 그래서 ‘길카페’로 통했다. 사연은 이렇다. 안목해변은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바닷가다. 경포해수욕장의 카페가 인기를 얻자 여기서 힌트를 얻은 자판기사업자들이 안목해변에 자판기를 설치한다. 주머니 사정 넉넉하지 않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게 대박을 친다. 이들은 동전 몇 개로 커피 뽑아 백사장 벤치에서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긴다. 소문 듣고 시내 직장인들도 점심식사 후 자판기커피 마시러 안목해변으로 왔다. ‘단골자판기’를 두는 이들도 있었단다. 요즘도 커피자판기가 있다. 물론 그 수는 많이 줄었다. 이 자리를 커피전문점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이곳 말고도 커피 명소 많다. 핸드드립의 고수로 꼽히는 박이추씨의 보헤미안, ‘커피 공장’으로 통하는 김용덕씨의 테라로사 등 쟁쟁한 카페가 다 강릉에 있다. 매년 가을마다 커피축제도 한다.

●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과 해안도로…정동진역‧헌화로

‘전국구 관광지’ 정동진해변이 안목해변에서 차로 20~30분 거리다. 정동진역은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 빨간 지붕 이고 있는 역사가 참 예쁘다. 이 안에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해진 ‘고현정 소나무’도 있다. 플랫폼에서는 ‘우우우 우우~’로 기억되는 이 드라마의 주제곡도 종일 흘러나온다. 그림 같은 기차역에 정말 기차가 다닌다. 청량리와 강릉을 오가는 무궁화열차가 오가고 요즘은 관광열차도 지난다. 바다와 예쁜 기차역 어우러진 풍경 어찌나 로맨틱한지 딱 5분만 보고 있으면 애틋했던 첫사랑이 시나브로 생각난다. 이런 감상 젖는데 드는 비용은 딱 500원이다. 정동진역 옆 굴다리 지나면 해변이다. 바다, 바위, 파도 참 멋진데, 해변 끝, 암벽 위에 우뚝 선 거대한 크루즈(썬크루즈리조트)가 유별나다.

모래시계 공원도 있다. 이 공원에 시계를 테마로 한 정동진박물관까지 들어섰으니 ‘모래시계’가 정동진 먹여 살린다. 정동진박물관은 일곱 량의 객차로 꾸며졌다. 1912년 4월 15일 타이타닉호 침몰 당시 멈춘 금장 회중시계가 볼거리다.

정동진해변 남쪽 강동면 심곡항에서 옥계면 금진항까지 이어지는 약 2km의 해안도로가 ‘헌화로’다. 이 도로는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이 붙어 달린다. 한쪽은 깎아지른 암벽, 반대편은 바다. 바람 좀 심할 때는 파도가 도로를 점령하기 일쑤다. 이러니 파도 거칠 때 도로에 차 주차하지 말라는 안내문도 흔하다. 해안절벽이 웅장하고 갯바위들의 형상도 참 기묘하다. 멋진 드라이브 길로 입소문 자자하니 정동진까지 갔다면 잊지 말고 꼭 달려본다.

벚꽃 말고도 보고 즐길 것 많은 강릉이다. 동쪽으로 떠난 꽃놀이도 이만하면 남쪽의 꽃놀이 만큼이나 괜찮다.

●여행메모

△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 객실 패키지

강릉에서 쾌적한 숙소 찾는다면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만한 곳이 없다. 문 연지 2년 밖에 안 된 데가 관리 참 잘해서 객실, 부대시설 아주 깨끗하다. 경포해변에 딱 붙어 있어 객실 전망도 기가 막히다. 걸어서 해변까지 5분도 안 걸리니 객실에서 파도소리 또렷하게 들린다. 가격 부담 덜려면 패키지 체크해 본다. 다양한 객실 패키지가 판매 중이다.

‘라이브의 황제’ 가수 이승철 콘서트 티켓이 포함된 패키지가 36만원부터다. 2인, 4인 등 인원수에 따라 11만원 상당의 VIP석 티켓과 조식을 제공하니, 이승철 좋아한다면 그리 부담스러운 가격 아니다.

실속 있는 패키지도 있다. 러블리 패키지는 스튜디오 객실(또는 온돌) 1박, 레스토랑, 카페 등에서 사용 가능한 5만원권 식음바우처(또는 와인&과일바구니 택1)를 포함한다. 14만원부터다. 힐링 패키지는 풋트리트먼트(또는 스포츠클래식) 2인, 스튜디오 객실(또는 온돌) 1박, 조식 2인으로 구성됐다. 풋트리트먼트 코스는 50분, 스포츠클래식은 60분 동안 진행된다. 19만2,000원부터다.

큰맘 먹고 황제처럼 묵겠다면 펜트하우스 패키지를 눈여겨본다. 펜트하우스(298㎡․90평대) 1박, 식음바우처(또는 와인 & 과일바구니 택1), 조식 4인, 사우나 4인 이용으로 구성됐다. 객실 화려하고 바다 전망 끝내준다. 55만원부터다. 예약 필수. 1644-3001

△ 물회ㆍ장칼국수도 별미

회 말고 색다른 거 먹어보고 싶다면 물회와 장칼국수 메모해 둔다. 순두부도 유명하다. 사천면 사천진항에 있는 사천지리 장안횟집(033-644-1136)의 물회는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다. 매콤하면서 달큰한 육수가 자꾸 당긴다. 가자미물회와 철 되면 오징어물회도 판다. 가격은 각 1만원. 초당동의 순두부는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초당할머니순두부(033-652-2058)가 이름났다. 순두부 7,000원이다. 두 곳 모두 경포호에서 멀지 않다. 고추장을 푼 장칼국수도 이색적인 먹거리다. 교2동에 있는 원조형제칼국수(033-647-1358)가 유명하다. 가격은 5,000원.

강릉=글ㆍ사진 김성환기자

한국스포츠 김성환기자 spam001@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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