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0일 용인시청 앞에서 열린 경기장애인 자립생활권리 쟁취 공동투쟁단의 집회. 용인시가 당초 약속했던 장애인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것에 항의하는 중증 장애인들과 시청 직원,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집회 직후 투쟁단은 "경찰과 시청 직원들이 장애인을 휠체어에서 강제로 끌어내리고 전동 휠체어를 파손하는 등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4개월이 지났지만 인권위는 아직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도건 수지장애인자립센터 소장은 "인권위 조사관이 2월 말에 한 번 찾아와 진정서 내용을 확인한 뒤로 연락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이 시행된 지 11일로 6년을 맞는다. 장차법 시행 후 장애인 차별사건 접수가 크게 늘었지만 장애인 문제를 전담하는 상임위원조차 없다.
7일 인권위에 따르면 장애인 차별사건 접수건수는 2001년부터 장차법이 시행된 2008년 4월전까지 약 7년간 653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약 5년8개월간 6,540건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전체 차별사건 중 장애인 차별사건이 차지하는 비율도 15.3%에서 53.1%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인권위에 장애인 분야를 전담하는 위원은 아직 없다. 2007년 여성 장애인으로는 처음 상임위원이 된 최경숙 전 위원, 2010년 뒤를 이은 장향숙 전 위원도 여성과 장애인 두 분야를 겸임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공동대표는 "현 장명숙 상임위원 자리도 여성 분야에 할당된 것"이라며 "상임위원 임기가 끝날 때마다 여성 몫, 장애인 몫을 눈치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월 평균 95건에 달하는 장애인 차별 진정을 직원 5명이 처리하는 등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장차법 시행을 앞두고 장애인 차별사건 담당 20명을 증원하기로 했으나 2008년 4월 인권위 조직 축소 이야기가 나오면서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남병준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인권위 직원 중에도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직원들이 적지 않아 인력부족 문제만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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