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있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이 호응하지 않는 고장난명(孤掌難鳴)상황이라 선거 현장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마저 "후보 난립 때문에 도저히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볼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현재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지방선거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예비후보의 수는 무려 1,907명에 이른다. 서울 중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자 중 새정치연합 소속 후보는 7명, 경기 군포시장 예비후보에는 5명 등 한 지역에서도 야권 후보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이처럼 한 지역에서 너도나도 새정치연합 후보를 표방하며 파란 점퍼를 입다 보니 요즘 시중에는 파란색 점퍼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 신경민 최고위원이 3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역구에 가보면 거리와 골목에 점점 빨간점퍼(새누리당)는 줄어들고 파란점퍼(새정치연합)만 넘쳐난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현장 분위기를 반영한다. 새누리당 후보가 최종적으로 1명임을 감안할 때 야권의 무소속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결국 야권의 표 나눠먹기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비슷한 이름이 나란히 투표용지에 오르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청장 선거에는 새정치연합 소속 김생환 시의원과 김성환 현 구청장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로 인해 두 후보 모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경우 유권자들이 헷갈릴 소지가 다분하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새누리당이 야당 강세 지역에 야당 후보와 동명이인의 후보를 찾아 출마를 사주한다'는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다. 유권자들의 혼란을 부추겨 야권표 분산을 노린다는 것이다. 당내 예비후보자들 사이에서도 향후 홍보물에 활용하기 위해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와 사진 촬영 경쟁이 벌어지는 등 후보 난립을 예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지도부가 하루 빨리 후보 지원 방안을 마련해 '파란점퍼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아무리 무공천이라도 기초후보 지원방안 등을 마련해 교통정리에 나서야 하는데 지도부는 아무 대응책 없이 후보들의 자발적 단일화만 바라보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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