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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맛 광폭타이어, 연비는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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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맛 광폭타이어, 연비는 시달린다

입력
2014.04.0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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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잘나가는 큰 타이어는주행 안정성·코너링 좋지만휠 사이즈도 커져 車무게 늘리고폭도 넓어져 저항 탓 연료 소모↑● 시험 결과·전문가 선택은"연비의 20%, 타이어가 좌우"기본으로 장착된 게 연비엔 최적에너지 효율 높인 친환경도 강추

지난달 말 출시된 신형 쏘나타의 제품 카탈로그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연비를 두고 출시 전부터 워낙 말이 많던 모델이긴 했지만, 주력모델인 2.0CVVL의 복합연비가 리터당 12.1㎞(공인연비) 외에도 11.6㎞가 추가로 표시됐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다른 설명은 없고'11.6㎞' 아래에는 '18인치 타이어'라는 문구만 붙어있을 뿐이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16,ㆍ17인치보다 큰 18인치 타이어를 달게 되면 연비가 4.1% 가량 떨어진다는 이야기였다.

이 같은 이중 연비표기를 처음 접한 운전자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타이어 사이즈를 키운다고 해서 자동차가 기름을 더 많이 먹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반응부터 "왜 지금까지 이런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나"라는 불만도 이어졌다.

이처럼 연비를 두 가지로 표시하게 된 이유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16ㆍ17인치 타이어로는 공인연비를 낼 수 있지만 폭이 16인치 대비 30㎜ 더 큰 18인치 타이어로는 힘들었다"며 "18인치 타이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정확한 연비정보제공을 위해 별도 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 그러다 보니 각국 교통당국의 연비규제도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완성차 회사들 역시 사실상 '연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보통 연비는 엔진이나 차체무게 등과 관련이 있는 걸로만 알았는데, 타이어도 중요변수가 된다니 알뜰 운전자들로선 이제 체크해야 할 대상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큰 타이어는 기름을 더 먹는다

타이어 사이즈가 커지면 왜 연비가 떨어지는 것일까. 간단히 정리하면 ▲타이어와 이를 고정하는 휠이 커지면서 차량전체의 무게가 증가하기 때문이고 ▲타이어가 커지면 타이어 폭도 함께 커지는데 접지면적이 넓어져 바퀴가 구를 때 생기는 구름저항(회전저항)이 세지기 때문이다. 회전저항은 사이클링 경주에 이용되는 자전거가 이 저항을 줄이기 위해 일반 자전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폭이 좁은 타이어를 끼우고 달리는 걸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넙적한 타이어를 끼운 산악자전거보다 얇은 타이어를 끼운 일반자전거가 더 잘나가는 것도 결국 이 회전저항 때문"이라며 "자동차의 경우 회전저항이 10% 감소하면 연비는 1.6%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럽연비시험기준(NEDC)에선 총 연료 소모량 중 20.9%가 타이어의 몫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연비의 5분의1는 타이어에 의해 좌우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고 넓은 타이어는 그만의 장점이 있다. 신형 쏘나타에서 기본 타이어 대신 '18인치 타이어'를 장착하려면 25만원을 더 내야 하는데, 그래도 소비자들이 이 타이어를 원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우선 안전성. 타이어가 커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접지면적이 넓어진다는 이야기인데,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타이어가 도로를 더 움켜쥐고(grip) 달린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주행 안전성을 높일 수 있고 ▲코너링도 보다 안전하고 부드럽게 소화할 수 있으며 ▲같은 조건이라면 제동거리도 단축시킬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들어 달리는 맛을 강조한 성능 좋은 자동차들이 많아지면서 편평비(타이어의 폭 대비 높이)가 낮고 폭이 넓은 타이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런 타이어를 장착할 경우 휠하이우스를 꽉 채워 시각적으로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무엇을 선택할까

운전자들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다. 안전과 외관을 따지자니 연비가 떨어지고, 연비 잘나오는 타이어를 선택하자니 다른 성능이 상대적으로 달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은 답은 명쾌하다. 오리지널 타이어다. 출고 당시 기본 장착된 크기의 휠과, 거기에 장착된 오리지널 타이어가 해당차량의 크기와 무게, 엔진 출력 등에 감안한 최적의 조합이라는 것이다.

타이어 업계 이야기는 좀 더 구체적이다. 단순히 좀 더 값이 나가는 타이어보다는,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을 확인하고 기왕이면 '친환경'이라고 박힌 타이어가 좋다고 추천한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자동차 연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타이어 업계 노력도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라며 "그 노력의 결과가 바로 친환경 타이어"라고 말했다.

타이어 기술에는 '매직 트라이앵글'이란 오랜 이론이 있다. 회전저항(연비), 제동력(grip), 마모(mileage) 등 타이어의 3대 요소 가운데 하나를 키우면 다른 게 하락해 전체적 성능은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친환경타이어는 이런 '매직트라이앵글' 고정관념을 극복한 제품으로, 회전저항을 줄이면서도 제동력은 그대로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필수 대림대학 교수는 "엔진 튜닝으로 출력을 키운 경우 타이어 크기를 키워 연비 향상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엔진 튜닝 자체가 기본적으로 연비를 떨어뜨리는 조작"이라며 "같은 조건에서라면 회전저항을 줄인 친환경 타이어를 이용할 경우 최대 4% 정도의 연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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