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조치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인근에 호텔 건립이 가능하도록 학교보건법 개정을 요청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7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규제개혁장관회의 후속 조치로 지난달 25일 열린 시ㆍ도부교육감회의에서 시교육청은 '현장의 고질적 규제관련 민원의 처리방안'으로 "호텔업을 구분하도록 학교보건법 개정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학교보건법은 종류에 상관없이 호텔을 당구장, 사행성게임장과 함께 유해업소로 분류해 절대정화구역(학교 출입문에서 직선거리 50m 이내)에 건립이 불가능하고, 상대정화구역(50~200m)에는 학교환경위생정화위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풍문여고 인근에 7성급 호텔을 건설하려 했으나 부지의 40%가 절대정화구역에 있어 불허됐다.
시교육청의 입장은 모든 호텔을 금지하지 말고 유해성 여부에 따라 세분화해 유흥시설이 없는 비즈니스호텔 등은 설립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시교육청 법무팀 관계자는 "학교 옆 호텔 건립이 문제되고 있으니 중앙부처에서 법을 개정해 해결하면 되지 않겠냐는 취지로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교육청 관계자는 "유해시설이 없는 호텔 건립이 법적으로 보장되면 정화구역에서 금지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규제 완화 요청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관광진흥법 개정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호텔을 구분해 사행성게임장 등이 없는 관광호텔, 가족호텔은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 없이 설치를 허용해 현행 학교보건법과 배치된다. 이 개정안은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학부모단체 등은 학생의 학습권과 주거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하병수 대변인은 "전국 학교 인근의 유해업소가 4만개가 넘고, 그 중에는 불법 성매매를 하는 곳도 있다"며 "호텔에 유해시설이 없다고 해도 호텔이 건립되면 자연히 인근에 각종 유흥시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범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장도 "학교환경정화구역은 교육환경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호텔을 구분해 선별적으로 건립을 허용하겠다는 방안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이 교육부 훈령 제정을 통해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들이 건립 불허 사유를 사업주에게 서면 대신 구술로 설명하도록 건의한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직접 대면할 경우 심리적 부담을 느껴 소신껏 결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화위원들이 밝힌 불허 사유에 대해 사업주로부터 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병수 대변인은 "잘못된 규제는 해결해야 하지만 교육은 경제논리로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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