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스스로 배우며 자란다
생태유아교육기관을 대체로 텃밭에 농사짓고 숲에 나들이 가는 정도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것도 맞습니다만 저는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까에 대한 고민을 다르게 하는 곳이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이의 몸과 마음과 영혼이 건강하고 자유롭게 자랄 수 있도록 함께 하려면, 어떤 자세의 선생이 되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생태어린이집 유치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의 일곱 가지 죄
제가 읽고 많이 생각하는 책 중에 보리출판사의 는 책이 있습니다. 책 속에 존 테일 개토라는 미국 공립학교 교사가 쓴 ‘교사들의 일곱 가지 죄’란 글이 실려 있는데 이 분은 교사가 가르치는 일곱 가지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1. 혼란- 학교는 참된 열정 대신에 뜻도 모를 전문용어가 뒤범벅되어 들어 있는 공구 상자를 들고 사회로 나가게 한다. 2. 교실에 가두기- 교사는 어린이들이 갇혀 있는 상태를 좋아하도록 만든다. 3. 무관심- 종소리가 가르치는 것이란 어떤 일도 끝낼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종소리는 학생들의 모든 노력을 무관심이 지배하도록 만든다. 4. 정서적 의존성- 동그라미와 곱표, 미소와 찌푸림, 상과 벌, 표창 따위로 아이들에게 자신의 의지를 버리고 미리 목표가 정해진 지휘체계에 따르게 된다. 5. 지적 의존성- 자신보다 더 잘 훈련 받은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의 의미를 결정해주도록 기다리게 한다. 6. 조건부 자신감- 학교는 아이들의 자신감이 전문가의 의견에 얽매여야 한다고 가르친다. 7. 숨을 곳은 없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너희는 늘 감시 받고 있다고 가르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저 일곱 가지 죄를 안 짓고 용감하고 결정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답을 못 찾았습니다.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보겠습니다. 생태라는 명제를 떠나서 일단 아이들과 자유롭고 신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잘 먹고 잘 놀고 행복한 아이들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나라의 인가를 받고 관리를 받는 제도권 기관인 건 어쩔 수 없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더 많은, 잘하면 칭찬 받고 못 하면 벌을 받는, 땡 소리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그런 틀에 아이들을 ‘선행학습’이라는 미명하에 가둬놓고 싶지는 않습니다.
▶ 아이들 줄 세우는 것이 싫습니다. 저는 처음 ‘국민학교’(우리 때는 초등학교였습니다)에 가서 “줄 서서 앞으로 나란히 하고 똑바로 서라!”는 소리부터 들은 이후로 줄 맞추는 게 싫었습니다. 선생님이랑 눈 맞추고 이야기 듣는 게 아니라 앞에 아이 뒤통수 보며 바른 자세로 서 있는 그 모습들이 마치 군에서 훈련 받는 것 같았습니다. 그건 아이들을 물리적, 정서적 감옥에 가두는 게 아닐까 합니다. ▶ 아이들을 가둬두는 게 싫습니다. 시간 안에, 공간 안에, 규칙 안에 가둬 놓고는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싫습니다. 질서가 없다구요? 규칙이 없다구요? 지켜보세요. 질서나 규칙이 없어도 자신들이 정한 약속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정한 규칙보다 자신들끼리 한 약속을 더 잘 지킵니다. ▶ 싫어하는 게 많은 불평쟁이 원장이 또 싫어하는 게 ‘답 정해진 멋지게 생긴 교구’입니다. 꼭 필요하고 좋은 것도 많지만, 대부분은 결론의 한계가 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틀 안에서의 활용만 가능하지요. 자기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걸 가지고 노는 거죠. 이렇게 틀 안에서 답을 찾기 시작하면 아이는 어른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만 생각하고 고민하게 됩니다. ▶ 우리 아이들은 밥 많이 먹고 말 안 듣는 걸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너무너무 예쁩니다. 많이 놀아 배고프고 신나게 놀아 배고파 밥 많이 먹고, 놀이에 빠져서 듣기 싫은 잔소리 안 들리는 척 무시하고 더 열심히 노는 아이들, 예쁘지 않습니까? ▶ 행복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해서 저도 행복합니다. 실수도 하고 잘 못도 하겠지만, 지금 현재 최선을 다 하고 있는 우리 유치원의 모든 교직원들과 아이들과 함께 계속해서 행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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