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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분노의 질주 김동성, 세계선수권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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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분노의 질주 김동성, 세계선수권 석권

입력
2014.04.0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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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두 바퀴였다. 안현수의 터치를 받은 김동성이 한참을 앞서 나간 캐나다 선수의 뒤를 따라붙었다. 하지만 거리는 좀체 좁혀지지 않았다.

"아, 멉니다. 너무 멀어요…" 경기를 중계하던 아나운서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동성은 이를 악물었다. 함께 고생한 동료들의 땀방울과 두 달 전 솔트레이크의 악몽이 눈에 아른거렸다.

파이널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김동성은 무서운 속도로 질주를 시작했다. "어~, 나갑니다. 따라잡습니다. 막판에 해냅니다. 역시 김동성입니다."

중계석의 흥분된 외침과 함께 김동성은 특유의 오른발 내밀기로 스케이트 칼날을 결승선에 통과시켰다. 불과 0.005초 차이. 1위를 달리던 캐나다 선수의 얼굴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2002년 4월 8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02 세계쇼트트랙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김동성이 6관왕을 차지하며 대회 전 종목을 석권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전날 1,500m와 5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동성은 대회 마지막 날인 8일 1,000m와 3,000m 슈퍼파이널, 그리고 마지막 경기인 5,000m 계주까지 극적인 피날레를 장식하며 개인종합우승을 포함 모두 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미국의 안톤 오노와 캐나다의 마크 개뇽 등 강력한 라이벌이 불참했고 숙적이었던 중국의 리자준마저 개인전에 나서지 않아 아쉬움이 컸지만, 그의 퍼펙트 골드는 세계 쇼트트랙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대기록이었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기훈이 그 해 미국 덴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관왕에 오른 적이 있지만, 5,000m 계주가 포함되지 않을 때였다. 1976년 세계선수권이 창설된 이래 그때까지 전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선수는 92년 한국의 김기훈과 83년 도쿄대회 여자부의 실비에 다이그리(캐나다) 둘 뿐이었다.

몬트리올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김동성의 컨디션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2002년 2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1,500m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아폴로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금메달을 빼앗긴 후 분한 마음에 기절까지 했던 그였다. 설욕을 다짐한 몬트리올 대회에 오노가 불참했지만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 당당히 명예를 회복했다.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던 김동성은 결국 2005년 현역에서 은퇴해 강연 활동과 더불어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악연이었던 오노와는 12년이 흐른 2014 소치올림픽에서 방송해설자로 만나 훈훈한 악수를 나눴다.

김동성의 복수는 4년 후 토리노올림픽에서 안현수가 해냈다. 현재 쇼트트랙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안현수는 2003년부터 5년 연속 세계선수권을 제패했고 2014년'빅토르 안'으로 화려하게 부활해 소치올림픽 3관왕과 세계선수권을 또다시 거머쥐었다. 그의 비상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궁금하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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