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영TV로 주민들에게 방영할 해외 프로그램 최종 후보에 영국 BBC 방송의 '팅키윙키'와 '닥터후', '탑기어'를 선택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6일 보도했다.
BBC로부터 지난해 말 오락 프로그램 방영을 제안 받은 북한이 석 달 넘는 고민 끝에 이 프로그램들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BBC는 개방유도 목적으로 북한에 TV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계획을 영국 외무부의 협조 아래 지난해 말부터 진행해왔다. 북한 현지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를 알리는 게 우선인 만큼 프로그램을 무상 제공하고 프로그램 내용도 북한이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프로그램 공급 협상은 영국 외무부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협상팀 사이에 진행됐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은 각 프로그램의 평가 보고서를 평양에 전달했고, 평양 주재 영국 대사관은 양측 관계자 접촉을 주선했다.
최종 후보로 꼽힌 '팅키윙키'는 국내에 텔레토비로 잘 알려져 있으며, '닥터후'는 공상과학 드라마, '탑기어'는 자동차를 소재로 한 오락물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이미 국내에 방영됐거나 국내 상황에 맞게 새롭게 제작돼 방영 중이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정치색이 옅다는 공통점이 있다. 평양 관계자는 인디펜던트에 "정치적인 내용이 담긴 프로그램은 방영할 수 없다. (최종 후보)프로그램들은 오락물이고, 하나는 어린이용"이라고 말했다.
이들 프로그램들의 성격은 현재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개인적 상황과도 맞아 떨어진다. 올해 서른으로 추정되는 김정은은 1990년대 스위스에서 유학생활을 한 만큼 유럽의 영상 콘텐츠에 이미 호감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또 김정은에게 최소 한 명의 자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유아물에도 호의적인 입장을 보일 개연성도 크다.
인디펜던트는 그러나 양측의 협상이 아직 초기 단계여서 방영 확정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BBC는 북한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사안과 관련된 내용은 최종 계약이 체결될 때까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BBC는 이에 앞서 북한 주민에게 외부 소식을 전하기 위한 한국어 라디오 방송을 계획했으나 1월 백지화했다. 사업 효용성을 검토했으나 북한의 전파 방해 등으로 방송을 접할 주민이 매우 적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이 지난달 BBC의 한국어 대북 라디오 방송 서비스를 지지하면서 영국 정치권에서는 다시 이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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