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7일 중국 첫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에 승선하는 것으로 취임 후 처음인 4일 간의 중국 방문을 시작했다.
창완취안(常万全) 중국 국방부장의 초청으로 방중한 헤이글 장관 일행은 이날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 도착해 랴오닝호를 참관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헤이글의 랴오닝호 승선은 취항 1년여인 이 항모에 그동안 해외 고위 국방당국자가 탄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미 국방부 관리는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데다 랴오닝호가 중국 해군력 증강의 상징이어서 참관의 의미가 크다"고 CNN에 말했다. 랴오닝호는 1998년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해 10년 수리 끝에 취역해 2013년 2월부터 칭다오를 모항으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중국이 미 국방장관에게 첫 항모를 공개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중국위협론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로 보인다. 특히 앞으로도 당분간 성장에 더 집중하기 위해 미국과 군사적 대결은 원하는 바가 아니란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2011년 로버트 게이츠, 2012년 리언 파네타에 이어 이번 헤이글 장관까지 지난 3년여간 3명의 미 국방장관이 중국을 찾은 것은 양국 군사 관계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새로운 군사 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양국 군사관계는 ▦신중국 성립부터 수교까지의 적대 ▦1979~89년 소련의 위협에 따른 준동맹 ▦89년부터 20여년간 과도기를 거쳤다"며 "이제 양국의 실력 차는 많이 줄고 공동의 이익은 늘어난 만큼 서로 충돌하지 않고 대립하지 않으면서 존중하고 협력, 공동 번영하는 새로운 군사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들은 "헤이글 장관의 이번 방중이 미중 간 군사 협력 확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중국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공개한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수개월 전 사이버전사 6,000명 배치를 포함, 향후 사이버 방어정책에 대해 중국 군지도자들에게 브리핑했으나 중국은 상호주의에 입각한 브리핑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 측에 미 기업과 정부 네트워크를 전문 해킹하는 인민해방군 부대에 대한 공식 설명을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이글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중국의 사이버공격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한 미국의 생각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방중 직전 일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아시아 주변국의 영토 문제를 존중하라"며 "무력과 강압으로 새로운 국경선을 긋는 것은 그 대상이 유럽의 대국이든 태평양의 작은 섬이든 관계없이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것처럼 중국이 주변국과 영유권 갈등 중인 남ㆍ동중국해에서 동일한 전략을 구사하지 말 것을 경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이 다양한 국제현안에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중국을 자극할 정도로 비판의 수위를 높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헤이글 장관은 베이징에서 중국 지도자들과 만난 뒤 10일부터 몽골을 방문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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