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볼링그린 고등학교 선수들도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 특히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 선수들 못지 않다. 나는 가끔 선수들에게 개인적으로 이런 질문을 한다. “너의 꿈은 무엇이니?” 그리고 나서 “어느 대학교에 진학하고 싶니?” 라고 묻는다. 그 질문에 대답을 망설이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있는 볼링그린 도시는 볼링그린 주립대학(BOWLING GREEN STATE UNIVERSITY)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작은 도시로 볼링그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볼링그린 대학으로 진학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보통은 다른 학교로 더 많이 간다. 이유는 이 학교의 입학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애런(ARON)이라는 선수에게 “너는 어느 학교에 진학하고 싶니?”라고 물었다. 이 친구는 조금 고민하더니 “나는 오하이오 주립대학(OHIO STATE UNIVERSITY)에 가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유는 우리 주에서 가장 야구도 잘하고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스포츠관련 학과가 오하이오(OHIO)주에서 제일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야구뿐이 아닌 다양한 학교 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 학생들도 많이 있는 오하이오 주립대학(OSU)은 공부뿐만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인기가 많으며 오하이오주를 대표하는 학교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풋볼 같은 경우는 거의 10만명이 들어가는 경기장에서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이 압권이며 다 같이 “BUCKEYE(오하이오주 사람)”를 외치며 하나가 된다. 우리와는 대학을 가는 이유가 조금은 다를 수 있지만 본인이 원하는 대학을 가고 싶어하는 것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까?
내가 선수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라”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그것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 것인지,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다른 것을 전공하고 싶은 것인지 정확하게 결정하고 나서 다음 단계이자 세부적인 장ㆍ단기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가 확실하지 못하면 정확한 연습이나 공부를 할 수 없으며, 난관에 부딪쳤을 때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대학 농구 경기는 미국 전체를 뜨겁게 달궈 놓는다. 예를 들어 농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는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듀크(DUKE) 대학을 가고 싶어한다고 한다. 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농구뿐이 아닌 학과 공부도 잘해야 하기 때문에 입학이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야구선수들도 명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야구를 잘해야 입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며 거기에 더해서 학과 공부 점수도 좋아야 한다. 또한 봉사점수, 리더십 등 다양한 점수가 필요하다.
볼링그린 고등학생들의 하루 일과를 보면 아침 7시50분에 첫 수업을 시작해서 오후 2시30분까지 수업을 한다. 야구 연습은 보통 3시30분에서 4시에 시작하며 대략 2시간30분에서 3시간 정도 진행한다. 그리고 나서 집에 돌아가면 8시 전후로 그때부터 학교 숙제를 해야 한다. 볼링그린 고등학교 학생들의 숙제는 생각보다 많은 편으로 수학적으로 이해해서 풀어야 하는 것부터 책이나 인터넷을 찾아서 자료를 첨부해야 하기도 하고, 여러 명의 학생들이 그룹을 만들어서 발표해야 하는 프로젝트 숙제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시즌 막판에 열리는 주(STATE) 토너먼트는 주로 야간 경기로 펼쳐지는데, 게임을 마치고 나면 밤 10시가 넘기도 해서 학교로 돌아오는 스쿨버스 안에서 내일 숙제에 대한 걱정을 하는 선수들도 있다. 사실 야구 하나만 하기도 벅찬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점 4.0 이상의 우수한 선수들이 다수 있다는 것이다. 야구와 공부를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머리가 좋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선수들의 특징은 시간을 많이 투자하기보다는 집중력 있게 공부하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하루 24시간을 공부에 매달리는 우리의 고등학생들과 볼링그린 고등학교 야구 선수들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리고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누구나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어렵고 힘든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관건은 이 시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이며 가장 좋은 방법은 확실한 목표를 세워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볼링그린 하이스쿨 코치ㆍ전 LG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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