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치열한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는 애플이 삼성을 쫓아서 스마트폰의 기능과 광고 변경을 검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6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의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침해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필 실러 애플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애플이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이는 199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증언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삼성 브랜드의 급성장을 우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1997년부터 '다른 생각'(Think Different)이라는 브랜드 광고를 해 오다가 지난해부터 '캘리포니아의 애플이 디자인 했다'(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는 문구로 바꿨다.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애플 브랜드를 강조하기 위한 조치다.
애플은 한발 더 나아가 광고대행사 교체까지 검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법정에 제출된 실러 부사장이 지난해 초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이메일을 인용해 애플이 삼성을 의식해 광고 대행사 변경을 검토한 것으로 보도했다. 실러 부사장은 이메일에서 '새 광고 대행사를 찾아야 할 것 같다"며 "일을 제대로 못 한다"고 적었다. 이는 애플 제품이 비싸기만 하고 실속이 없다는 삼성의 광고전략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애플의 창업주인 고 스티브 잡스도 한때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의 일부 기능이 삼성전자 등이 만드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 뒤진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에서 공개된 증거 중에 포함된 2010년 이메일에서 잡스는 "2011년은 구글과 성스러운 전쟁을 치르는 해"라며 "애플의 음성인식인 시리 기능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 뒤쳐지고, 원격 저장인 클라우드 기능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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