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울산, 군산 등 전국 현대중공업 사업장 내 6만7,000여명(협력업체 포함) 직원들은 사내 63곳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로 일제히 삼계탕을 먹었다. 1인당 반 마리씩 제공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하루 직원들이 먹은 닭은 총 3만여 마리. 이는 통상 소비량(월 1만마리)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현대중공업은 이날을 시작으로 올해 총 20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점심 메뉴로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이 올 들어 닭, 오리 소비량을 늘리기로 한 이유는 바로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양계농가를 돕기 위해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농림축산식품 수출 통계'에 따르면 올 1월 발생한 AI로 2월 가금육류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0.9% 급감하는 등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수만명이 동시에 근무하는 조선업 특성을 십분 활용해 대량소비로 농가의 시름을 다소나마 덜어주기로 한 것이다. 소비행사에는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도 동참, 5월 말까지 직원들에게 닭튀김, 닭볶음탕, 오리불고기, 오리탕 등을 제공해 총 7만3,000마리를 소비하기로 했다. 업체 관계자는 "단체급식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을 돕고 직원들에게도 영양가 높은 식사를 제공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기윤의 사회환원'을 강조한 고 정주영 창업자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그래서 AI 등 가축질병과 이상기후, 가격폭락 등으로 농어민들의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대량 수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 활동인 닭 오리 수매는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됐다. 특히 첫해에는 AI 발생과 더불어 전복 생산량 증가로 어민들까지 어려움을 겪자 닭 4만 마리와 전복 4만마리를 구입, 전복삼계탕을 만들어 점심메뉴로 제공했다.
지난해 3월에도 총 35만 마리의 도루묵을 구입, 메뉴로 직원들에게 제공했다. 당시 동해안에 도룩묵 어획량이 급증하며 ㎏당 가격이 전년 대비 42% 수준인 3,665원까지 내려갔다. 때문에 강원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 수협 등이 나서 판매를 지원했는데, 현대중공업이 이를 식사 메뉴로 반영하면서 어민들의 어려움을 일부 해소해 줬다.
지난 2006년과 2007년에는 어획량 증가로 수산물 가격이 폭락하자 전어와 삼치, 우럭, 가자미, 오징어 등 총 106톤을 구매해 모두 7차례에 걸쳐 단체급식으로 직원들에게 제공했다.
이밖에 2011년 2월,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 등 이상기후로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자 경북 안동군, 경남 거창군에서 백미와 사과, 딸기 등을 구입해 울산 지역 복지시설에 지급했다. 지난 달 초에는 유례없는 폭설로 판로가 막힌 강원도에서 25톤에 이르는 감자를 사들이기도 했다.
이 같은 사회공헌 활동은 소외된 이웃을 위한 모금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0년부터 임직원들이 매월 급여와 상여금 중 1,000원 미만의 잔돈을 모아 진행하는 '급여 우수리'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전체 임직원의 92%인 2만4,000여명이 동참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총 8억5,000만원이 모였다. 지난해 말엔 한해 동안 모은 2억4,000만원의 기금을 울산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한국심장재단 등에 전달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임직원의 부인들도 불우 청소년 돕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룹 내 현대중공업 어머니회와 현대미포조선 어머니회, 현대주부대학 등은 지난해 12월 동구 화정종합사회복지관에 총 3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이 장학금은 지역 내 고등학생 10명에게 각각 30만원씩 전해질 예정이다. 특히 현대중공업 어머니회는 지금까지 30여년간 370명의 학생들에게 총 3억1,000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전달해왔다.
현대중공업 내 협력회사 310여곳이 모인 '현대중공업그룹통합협의회'도 장학금 및 불우이웃돕기 성금 형태로 온정을 전하고 있다. 협의회는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우수한 학업성적과 성실한 생활로 모범이 되는 학생 60여명에게 각각 50만원씩 총 3,000만원을 전달했다. 지난해 말엔 불우이웃 70세대 등에 총 4,400만원의 성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업체 관계자는 "십시일반 모은 온정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도움이 돼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앞으로도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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