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계는 지금] 인도 '36일 간의 총선' 스타트… 8억 표심, 부패정권 뒤집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계는 지금] 인도 '36일 간의 총선' 스타트… 8억 표심, 부패정권 뒤집나

입력
2014.04.06 12:00
0 0

연방 국회 하원 543명 선출… 땅 넓어 아홉차례 나눠 실시축제·공휴일 피해 분산하기도"동반성장" 제1야당 BJP 인기… 명문가 라훌 간디 집권당 추월다수당 확보 가능성 높아져스마트폰 사용자 급증 탓 페북 등 선거 운동 적극 활용41% 여성유권자도 주요 변수

세계 최대 민주선거가 7일 막을 올린다. 단일 선거로는 지구상 최대 규모인 8억1,450만명에 이르는 유권자가 참여하는 인도 16대 총선이 시작하는 것이다. 인도 연방 국회 하원의원 543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인도 국민들이 실정을 거듭한 현 정권에 냉정한 심판을 내릴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해 브릭스(신흥경제 5개국) 중 하나로 꼽혔으면서도 지난 10년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자국의 미래를 직접 선택할 준비를 마쳤다.

지상 최대 민주선거

인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6대 총선 유권자(8억1,450만명)는 지난 2009년 15대 총선(7억1,300만명)에 비해 1억명 이상 늘었다. 당시 0.75%에 불과했던 18, 19세 유권자 비율이 이번엔 2.88%(2,300만명)로 대폭 증가한 영향이 가장 컸다.

땅이 넓고, 유권자가 워낙 많아 선거관리가 어려워 연방직할시 7곳과 28개 주가 7일부터 다음달 12일 사이에 아홉 차례로 나누어 지역별로 선거를 실시한다. 미조람주(선거구 1개) 시킴주(1개) 우타라칸드주(5개) 등 선거구가 비교적 적은 21개주는 투표가 하루에 끝나지만, 나머지 14개주는 공휴일, 지역축제 및 행사, 추수기간 등을 고려해 9개 선거일 중 여러 날을 골라 분산 실시한다. 선거구가 가장 많은 우타르 프라데시주(80개)와 비하르(40개)는 가장 많은 6일에 걸쳐 선거를 진행한다.

투표소도 15대(83만866개)에 비해 11.9% 증가한 93만개에 이른다. 유권자들은 뿌리깊은 신분제인 카스트 계급이나 빈부격차, 성별 등에 관계없이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한다. 성별에 기타(other)로 표기한 성전환자 2만8,314명도 투표한다. 2012년 대법원이 '후보자 중 뽑을 사람이 없어 기권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NOTA(None of the Above)'를 기표용지에 표기하도록 해 이번 선거부터 적용되는 것이 달라졌다.

집권여당 국민회의당(INC), 제1야당 인도국민당(BJP), 2013년 창당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아마드미당(AAPㆍ보통사람당) 등 전국정당과 지역 군소정당을 포함해 약 500개 정당에서 1만5,000여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져 약 28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차기 정권 노리는 3개당 각축전

인도 의회는 상원(라자 사바)과 하원(록 사바)으로 나뉘어 있다. 하원의원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하고, 상원은 지방의회 간접선거와 대통령 임명 등으로 선출된다. 인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해 실권을 가진 총리는 다수당에서 나온다.

이번 선거는 차기 총리를 노리는 국민회의당, 인도국민당, 아마드미당 3개당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먼저 지난 10년간 장기 집권해온 국민회의당은 경제성장, 복지개선, 교육 기회확대, 노동자 처우개선, 여성 권한강화 등을 포함한 15가지 주요 공약을 내놨다. 특히 인도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 이후 5대째 '네루-간디' 정치가문을 이어 오며 차기 총리를 노리고 있는 라훌 간디(44)가 '정치 명가'의 명성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하지만 그는 그 동안 잇따른 부패 스캔들과 경제난 등으로 인해 예전만큼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은 다수당 확보 가능성이 가장 높다. 바로 2001년부터 구자라트주 총리를 지내면서 지역 경제성장을 이끌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64)의 인기 덕분이다. 인도국민당은 경제개발과 부정부패 청산을 내세워 과거 보수정당 이미지에서 탈바꿈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또 여당의 실정으로 한결 유리한 고지를 점한 듯, '깨끗한 선거'를 동반표제로 내걸고 인신공격성 연설 및 상대후보 흠집내기 등을 자제하는 대신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비전을 담은 연설로 쇄신과 개혁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아직 공약을 내놓지 않은 인도국민당은 실천하는 경영을 모토로 '최소 정부가 최대 국가경영', '모두가 힘을 합친 동반성장' 등 나렌드라 모디의 5가지 통치이념을 표제로 내세우고 있다.

2012년 11월 창당해 2013년 델리주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아마드미당(AAP)은 부정부패 타파를 내세웠다. 아르빈드 케지라왈(46)이 이끄는 아마드미당은 3일 공식 발표된 공약에서도 부정부패 척결과 족벌경영 정경유착 등 정실자본주의 타파를 내세웠다. 또 테러행위에 엄정한 대처, 소매부문 해외직접투자(FDI) 반대 및 절차 간소화, 농업인 신용지원 개선 등 국가개발에 필수적인 현안 33개도 내걸며 "집권 국민회의당과 제1여당 인도국민당을 갈아치우도록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정권교체 가능할까

선거를 통해 변화와 발전을 바라는 것은 모든 유권자의 바람이다. 이번 16대 총선에선 일자리 확대, 고물가, 고질적 병폐인 부정부패 척결, 효율적 시스템 정착 등 경제문제가 최대 화두로 등장했다. 경제침체와 잇따른 고위층 부정부패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이러한 기대를 실현할 수 있는 정당과 후보에 목말라 있다. 특히 경제성장의 혜택을 받고 자란 젊은 유권자들은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향후 미래가 암울할 것을 우려하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 판세도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금까지 발표된 현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하원에서 가장 많은 의석(206석)을 보유한 국민회의당(INC)은 경제침체, 높은 인플레이션, 잇따른 고위층 부패스캔들 등 실정으로 인해 100석도 힘들 것으로 예상한 반면 인도국민당(BJP)는 200석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에는 이 같은 판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벌어졌다. 인도 언론 '인디안 익스프레스' 등 다수 매체는 지난 4일 이번 총선에서 우타르 프라데쉬주 가우탐 부드 나가르 지역 선거구에 출마할 예정이던 국민회의당(INC) 후보 라메시 토마르(59)가 인도국민당(BJP)으로 당적을 옮긴 사실을 보도했다. 1991년부터 18년간 인도국민당에 몸 담았던 그는 나렌드라 모디와의 우정을 언급하며 인도국민당(BJP)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시민들은 새로운 총리로 나렌드라 모디를 원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며 "내가 출마하면 BJP 후보가 승리할 수 없기에 여성의 안전과 발전을 약속한 모디를 위해 뛰겠다"고 말했다. INC는 설상가상으로 후보자 등록 마감시한이 끝나 대체할 다른 후보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국민회의당 후보가 인도국민당으로 갈아탄 것은 한 달 사이 벌써 두 번째로, 민심이 현 집권여당에 등을 돌린 영향이 크다.

SNS와 여성공략

이번 선거는 과거와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여성 유권자를 잡기 위한 활동이 활발하다.

인도인터넷모바일연합(IAMI)에 따르면 인도의 인터넷 사용인구는 2억4,300만명(추정치)에 달해 전체 12억 인구 중 20% 정도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도시뿐 아니라 농촌지역에서도 중고 스마트폰이 저렴한 가격에 팔리면서 스마트폰 사용인구도 급증해 페이스북(9,300만명), 트위터(3,300만명) 사용자도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나렌드라 모디(BJP), 아르빈드 케즈리왈(AAP) 등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SNS를 사용해 홍보하고 있다. 특히 나렌드라 모디는 상대진영이 그의 과거 차 판매원 경력을 흠집내자, 실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토론프로그램 짜이뻬차차(차 한잔과 하는 토론)를 만들어 유권자와 소통해 큰 관심을 끌었다.

여성유권자 비율이 약 41%에 달해 이들 표심을 잡기 위한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 인구가 늘고, 그만큼 여성의 지위도 향상되며 여성의 영향력이 확대된 반면, 여성 정치인은 상대적으로 드물어 이들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SNS를 통해 여성 권한강화를 표방한 국민회의당조차 실제 선거유세와 정당활동에서는 총재인 소냐 간디를 제외하면 여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글이 퍼져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필자소개

한유진씨는 2004~2009년 서울 소재 화학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4년 전 인도로 건너가 인도인과 결혼해 뭄바이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현지 요가 교육기관 '에임요가' 연구조사 부문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유진 뭄바이 통신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