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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진 지진… 위험지도 17년 만에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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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진 지진… 위험지도 17년 만에 업그레이드

입력
2014.04.0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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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소식이 유난하다. 1일 충남 태안에서 한반도 관측 사상 네 번째 규모의 지진(규모 5.1)이 발생해 수도권까지 흔들었다. 지구 반대편 칠레 연안에서도 강진(규모 8.0)이 맹위를 떨쳤다. 자연의 심술 앞에선 첨단 과학도 맥을 못 춘다. 예측이 어렵다면 대비에라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내진설계의 기준이 되는 국가지진위험지도가 17년 만에 개선돼 이르면 6월부터 적용된다.

지진재해대책법에 따라 건축물과 구조물은 일정 수준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 건설돼야 한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게 국가지진위험지도다. 짧게는 50년, 길게는 2,400년에 한 번 꼴로 일어나는 큰 지진의 상대적인 위험도를 설정하고 이를 지역별로 적용한 것으로, 1997년 처음 만들었다. 전국 대부분의 건물이 이 지도를 근거로 내진설계를 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언제부턴가 이 지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 지도가 1997년 이후의 지진 기록, 한반도 주변에서 발행해 한국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진 데이터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반도 지하의 암반은 다른 지역에 비해 균열이 덜 간, 비교적 신선한 상태로 알려져 있으며 이 때문에 지진파가 빨리, 멀리 전해지고 진폭의 변화도 적다. 먼 나라의 지진이 한반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에 소방방재청은 최신 지진 기록과 과학적 근거 등을 반영한 국가지진위험지도를 지난해 12월 내놓았다. 이 지도는 4,800년에 한 번 꼴로 일어나는 큰 규모 지진의 위험도와, 1997년 이후 서해에서 빈발한 지진 기록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이전 지도와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무안, 신안, 완도, 영광, 진도, 해남, 영암, 강진, 고흥, 함평, 목포 등 전남 남서부 지역은 위험도가 올라 기존 Ⅱ구역에서 Ⅰ구역으로 조정됐다.

국가지진위험지도는 지진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을 지진 Ⅰ구역, 낮은 곳을 지진 Ⅱ구역으로 구분한다. 지진구역계수는 Ⅰ구역이 0.11g(g는 중력가속도), Ⅱ구역이 0.07g다. 지진Ⅰ구역에서는 500년에 한 번 꼴로 생기는 지진이 실제 일어났을 때 땅이 중력가속도 11%의 속도로 흔들리고 2,400년 주기의 지진이 발생하면 중력가속도 22%의 속도로 땅이 흔들린다는 뜻이다. 김재관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구조물 높이가 1층 이하면 이 값에 구조물의 질량을 곱한 힘이 옆으로 작용하겠지만 5, 6층짜리 건물은 그보다 2.5배 더 큰 힘이 미는 것 같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 지도에서 특히 주목되는 지역은 서해 부근이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이곳은 중국, 일본, 한반도 등을 떠받치고 있는 유라시아판의 내부에 속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지질학적 특성이 내부보다는 경계 부위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판과 판이 닿는 경계나 판 가장자리는 판의 움직임 때문에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 일본열도가 바로 유라시아판의 가장자리에 있다. 학계는 서해의 잦은 지진과 관련해 "유라시아판이 몇 개의 소규모 판으로 나뉘어 있는데 중국 남부와 한반도가 그 소규모 판 중 하나에 속해 있다"거나 "지금껏 몰랐던 새로운 판(아무르판)이 유라시아판 옆에 존재하고 서해가 그 경계일 것"이라는 등의 추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정부 각 부처는 개선된 국가지진위험지도에 따라 건축물이나 중요 시설의 내진설계 기준을 다시 정하고 있다. 내진설계의 기본은 구조물이나 시설물을 지진 위험도의 관점에서 정확히 분류하는 것인데 지금은 관련 부처 각각의 제도적 기준이나 행정적 편의에 따라 달리 분류돼 있다. 내진설계 기술이나 원칙 등이 건물마다 달리 적용되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이를 심각한 문제로 여긴다. 김 교수는 "구조물 분류 체계를 일관성 있게 조정한 뒤 최소한의 내진설계 기준을 정해야 기본적인 안전이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물의 내진설계나 내진보강이 형식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따라서 미국처럼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가 구조물의 지진 안전 보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제3자 평가' 제도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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