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장관이 4일 서울 방공망 등을 뚫은 북한 무인기 침투사건과 관련, 늑장보고와 은폐 축소 의혹에 대해 "그럴 이유가 없다"는 등으로 전면 부인해 책임 회피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파주 무인기 추락 사고 당시 당국이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밝힌 데 대한 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국방부가 언급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지난달 24일 경기 파주시 봉일천 야산에 무인기가 추락한 뒤 국정원과 군·경 합동조사단은 여러 언론에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합조단은 조잡한 기체와 달리 카메라와 낙하산, 청와대 사진 등 북한제로 볼만한 정황이 발견되면서 대공 용의점과 관련해 내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외적으로는 북한 관련성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전문가라면 위장용 기체도색, 북한식 표현 등 한 눈에 북한 관련성을 충분히 의심할 여러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김 장관의 이날 국회 답변은 군이 합조단의 일원이고, 관련 정부기관임에도 국민을 호도한 책임이 국방부에는 없다는 식이어서 수장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도 이날 "군이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없다"고 면피성 입장을 내놓았다.
더욱이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가 파주 무인기 추락 이틀 뒤 북한 관련성과 서울 방공망 부실, 대통령의 안위 위험을 지적한 민간 군사전문가에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침소봉대한다"며 발언내용이 든 기사 삭제를 요구한 점은 군을 포함한 관련기관이 청와대에 안보 위험성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한 정황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31일 백령도에 무인기가 추락하고서야 무인기의 북한 관련성을 뒤늦게 보고 받고 이 사실을 공개했었다. 그런데도 김 장관은 관련 보고와 발표가 1주일 이상 걸리는 등 책임회피를 위한 사실관계 축소라는 의혹이 있다는 야당 의원 질의에 "결과를 기다린 것일 뿐"이라고 변명했다. 사건에 대한 여러 축소 정황과 안보 위험성 공개에 수 일간이나 지체한 데 대해 비등한 여론의 비난과 달리 김 장관의 이러한 자세는 청와대 방공망이 뚫린 전례 없는 사태로 인한 문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과잉방어 차원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북한제 무인기에 청와대를 비롯한 방공망이 뚫린 데 대해 "우리 군이 보유한 방공시스템은 크고 정상적인 비행체에 대응한 것"이라며 "소형무인기 탐지에 소홀했던 점을 인정하고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장관은 또 "지금은 초보적 정찰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전자 제어장치 등 고난도 기술을 습득하면 얼마든지 자폭기능까지 가능한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북한의 핵 능력과 관련해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 7년이 넘어 소형화 기술도 상당히 진척됐을 것"이라며 4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은 항상 핵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입장자료에서 "북한 무인기는 4종 정도로 이번에 발견된 소형 무인기가 아닌 자폭형 무인 공격기를 상당수 보유 및 배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군사정찰용 무인기나 무인공격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탐지와 타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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