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노트북 회사 '에이수스'는 올 초 세계 최초로 노트북, 태블릿PC, 데스크탑PC까지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 북 트리오'를 내놓았다. 화면과 키보드를 따로 떼 화면은 태블릿PC로, 키보드는 또 다른 모니터와 연결해 '제3의 PC'로 쓸 수 있다. 이는 화면(안드로이드)과 키보드(윈도우8)에 서로 다른 운영체제(OS)를 집어넣어 가능했는데, 에이수스 관계자는 "태블릿PC와 노트북의 합체"라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최근 내놓은 새 노트북 '그램(gram)'은 13.3인치 화면에도, 무게가 생수(500㎖) 2병보다 가벼운 980g에 불과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최대한 얇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베젤(화면 틀)을 초슬림(4.4㎜)으로 하고, 표면은 마그네슘과 플라스틱을 섞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출시한 또 다른 노트북 '탭북'도 무게가 930g에 불과하다.
이처럼 노트북의 변신에는 끝이 없다. 마치 요가 하듯 모니터를 360도 돌릴 수 있거나, 모니터와 키보드를 붙였다 뗐다 할 수도 있다. 모니터 앞뒤에 각각 화면을 달기도 하고, 표면에 탄소섬유, 두랄루민 등 항공기에 쓰는 첨단 소재를 입히고 화려한 색으로 치장을 한다.
이런 변신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2011년 정점으로 노트북은 태블릿PC에 점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노트북과 데스크톱 PC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6% 줄어든 2억7,670만대가 될 것이며, 내년에는 여기서 5%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태블릿PC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38% 가량 늘어난 2억7,070만대로 예상했다.
하지만 노트북도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는 각오다. 노트북 나름의 쓰임새가 있기 때문에 그 장점을 살려나가면 노트북의 존재자체는 얼마든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신동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노트북은 윈도OS와 키보드가 있어 들고 다니며 문서작성, 영상 편집 등 콘텐츠 생산에 유리한 반면 태블릿PC는 안드로이드 같은 모바일 OS가 있어 키보드 없이 터치스크린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원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윈도를 바탕으로 한 문서 작성 등 업무용 영역이나 중국, 인도, 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는 노트북이 여전히 태블릿PC에 비해 영향력이 강하다.
그렇다 해도 노트북 변신의 타깃은 태블릿PC다. 그러다 보니 '초경량화'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특히 가볍고 열에 잘 견디는 소재를 찾으려는 업체들이 탄소섬유(레노버), 알루미늄(애플), 두랄루민(삼성전자), 플라스틱(LG전자) 등 노트북에 다채로운 옷을 입히고 있다. 또 무게만 가벼워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화학 및 반도체 업체들은 배터리 성능 개선이나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전원을 꺼도 데이터를 기억할 수 있는 메모리 성능 향상 등에 열심이다.
최근에는 아예 ▦화면 부분을 밀어 올려 노트북과 태블릿PC모드를 바꾸거나(소니의 바이오듀오13) ▦화면을 180도 젖히거나(레노버의 요가2프로) ▦상판 양면에 2개의 화면을 갖추는(에이수스의 타이치31) 등 노트북과 태블릿PC의 형태를 오가며 쓸 수 있는 '2 in 1' '3 in 1'같은 '한몸 형'제품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노트북과 태블릿PC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아이패드(태블릿PC)와 맥북(노트북)을 함께 끌고 가며 서로의 강점을 보충해 가듯,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밀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애플의 벗기다'의 저자 IT평론가 안병도씨는 "노트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점을 살려야 한다"며 "태블릿PC 보다 고성능을 발휘해야 하고 폭넓은 하드웨어 연결성과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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